"서대문독립공원 유관순 동상 불허 부당" 소송전…2심 '각하'

"대표성 떨어져" 1심서 패소해 항소심 진행
"이미 동상 세워졌다"…각하 판결
서대문형무소 기준 55m→5m 위치 변경돼 설치
  • 등록 2022-08-02 오후 6:16:58

    수정 2022-08-02 오후 6:16:58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문 사이 유관순 열사 동상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유관순 열사 기념사업회가 낸 소송 항소심이 각하됐다. 1심 진행 중 동상이 설치돼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관순 열사의 순국 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유관순 열사 동상 제막식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서 개최됐다.(사진=김태형 기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이병희 정수진 부장판사)는 사업회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유관순 열사 동상설치 불허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각하 판단을 내렸다.

앞서 사업회는 2020년 7월 16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55m 정도 떨어진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내에 5m70cm 높이의 유관순 열사 동상을 설치하겠다고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동상 설치의 적정성 등을 심의했으나 부결했다. 위원회는 “3·1운동 기념탑이 서대문 독립공원 내 이미 건립됐고, 항일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 주변에 특정 동상을 설치하는 것은 대표성과 필요성이 부족해 역사문화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같은달 30일 위원회가 든 이유로 사업회가 신청한 동상설치를 불허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사업회는 문화재청 처분에 불복, 그해 10월 30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업회는 “유관순 열사는 독립운동가 중 대표성을 지니고 있고, 동상 설치로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이 훼손될 우려도 없어 문화재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업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 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독립문은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나타내는 곳으로,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유관순 열사의 독립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동상이 설치되기에는 그 장소적 특성이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과 ‘유관순 열사 동상이 독립공원 영역에 추가될 경우 독립의 역사적 의미가 더욱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서대문구청 의견을 수용해 문화재청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사업회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업회는 유관순 열사의 대표성을 부정한 이 사건 처분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28일 유관순 열사 동상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5m 떨어진 곳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으로, 권리와 이익 침해 등이 해소된 경우 소의 이익이 없다”며 “사업회가 서대문구청과 문화재청과의 협의 등을 거쳐 이 사건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유관순 열사 동상을 설치한 사실이 인정돼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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