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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그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피의사실 공표를 공보관의 입을 통해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사단계별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공개 여부 심의 시 고려사항 등을 마련, 심의위에서 신중히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언론의 특종 보도 과열 경쟁’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인권보호관에 진상조사 권한을 부여해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억제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인권보호관은 검찰 수사팀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뿐 아니라 직권으로 진상조사를 전담하게 되며, 그 결과 범죄혐의 또는 비위가 의심된다면 수사 또는 감찰 의뢰하도록 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결국 그간 논란이 됐던 피의사실 공표가 모두 검찰 수사팀에서 나온 것이라 전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범죄라는 것은 상당 기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연관된 것으로 피의사실 공표 대부분은 여러 입을 통해 정보가 모여 이뤄지지, 특정 검찰 수사팀원이 통째로 정보를 넘기는 식의 경우는 극히 드물어 이같은 개정안으로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번 개정안 발표의 계기가 된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전반에 대해 무려 4개월여 간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을 벌였지만,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보도는 계속됐다”는 의혹 제기뿐 해당 검찰 수사팀에 대한 혐의점은 끄집어내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으로 정권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장관은 이번 개정안 관련 “(합법적 피의사실 공표의) 판단 주체는 각급 청에 있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합법적 피의사실 공표의 관문으로 심의위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이 심의위 구성에 대한 규정 자체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이미 박 장관은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한 전 총리 의혹’을 비롯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부당평가 의혹’ 등 사건을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 사례로 꼽아 빈축을 사고 있는 마당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박 장관이 지목한 사건들은 현 정권 관련 고위공직자들이 연루돼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오히려 피의사실 공표가 합당하지 않나”라며 “피의사실 공표 방지는 일반 국민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지, 이같이 정권 관련 수사 보도를 통제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