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거절할 때 직접적으로 이유를 들지 않고 ‘이번 주는 형편이 안 좋아서…’와 같은 애매한 말투로 말한다. 너무 직접적으로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면 상대방의 의향과 관계없이 거절을 수용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반면 상대방은 일일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스스로 짐작해 의도한 바를 짐작한다.
반면 일본인들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한국인이 보기엔 지나칠 정도로 맞장구를 친다. 이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함께 구축하는 공화(共話)의 커뮤니케이션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이와 달리 상대방이 말할 때는 집중해서 듣는 대화(對話)의 방식을 추구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 차이에 대한 몰이해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낳는다. 특히 한국과 일본처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수록 그러하다.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색된 시기 이같은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는다.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는 한·중·일 3개국에 대해 연구하는 학술모임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 매년 두 차례 열린 학술대회에서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책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참여해, 일본어와 문학, 역사,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일본을 들여다본다.
란도셀(일본 초등학생 전용 책가방), 일본인형, 일본의 술, 정원, 다도, 애니메이션, 일본 문학 등 일본인들의 정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를 통해 역으로 그들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도 이뤄진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있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어떻게 분투하고 있는 살펴보는 것 역시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