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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윤종섭)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어 각각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과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옛 통합진보당 행정 소송 재판부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 전 실장은 지난 2015~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법 행정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활동을 위축시키는데 공모한 혐의와 옛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의 재판을 맡은 판사의 유·무죄 심증 등을 파악해 오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위원은 헌법재판소 주요 사건 평의 결과 등 헌재 파견 판사를 통해 내부 기밀을 불법 수집한 혐의 등을 받는다. 지난 2015년 4월 한정 위헌 취지 사건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재판 개입 혐의를 두고 “특정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권한을 남용해 일정한 권고를 하는 경우, 해당 재판을 맡는 판사는 그 지적만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고 근무 성적 및 인사권까지 염두에 두기 마련”이라며 “지적 권한 남용은 판사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 위원의 헌재 사건 정보 수집 혐의 등에 대해선 “헌재에 판사를 파견하는 취지는 충분한 재판 사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파견 판사에 대한 직무 수행 지시는 점차 구체화됐고 판사 파견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지금까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전·현직 법관 14명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앞서 6명에 대해 재판부는 1심서 연달아 무죄를 선고하며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전무했다. 이날 재판으로 무죄 판단의 흐름이 끊어지게 되면서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선고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무죄 판단을 받았던 법관들과 비교해 이 전 실장 등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수뇌부와 직접 연결되는 ‘몸통’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선고 직후 “법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한 사법 행정권 남용 등 다수의 범죄 사실에 대해 법리적, 사실적 쟁점이 심리됐다”며 “그 판단 결과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 만큼,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심 공판은 다음달 재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