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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상전 용인하되 확전 자제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CBS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동의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 연정의 첫 긴급 각료회의에서 “하마스를 부숴버릴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 분파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언급은 이번 무력 충돌 이후 미국이 낸 가장 선명한 입장으로 평가 받는다. 이스라엘이 벼르고 있는 가자지구 지상전은 사실상 용인하면서도, 그 규모는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제지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공개적인 노력”이라고 전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중동의 맏형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것도 중동 중재 외교의 일환이다. 블링컨 장관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난 후 회동이 어땠는지 질문을 받고 “매우 생산적”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주 주말께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양국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을 ‘중동 데탕트’ 기회로 삼아 중동 패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란 개입 변수…중·러 외교전 주목
그러나 이번 사태가 미국의 바람대로 ‘빠른 종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란의 개입 여부가 변수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과 만난 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쟁을 계속한다면 지금의 역내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공격을 강행한다면 이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유엔을 통해 이스라엘 등에 밝혔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란 개입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미국과는 결이 다른 중동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과 통화하면서 “중국은 평화와 정의의 편에서 팔레스타인인들 자기 민족의 권리를 지키는 정의로운 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권 국가들의 편에 서서 이스라엘을 감싸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뉘앙스가 뚜렷한 셈이다. 더 나아가 중국이 이란을 중동 외교력 확장의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 맞서 중동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속내가 분명하다는 해석 역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