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닻 올린 정의선의 ‘뉴 현대’ 체제

미래 사업 강화·세대교체·성과주의 키워드
2020 하반기 임원 인사..취임 후 첫 단행
  • 등록 2020-12-15 오후 5:41:07

    수정 2020-12-15 오후 9:40:57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래 사업 강화, 세대교체, 성과주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단행한 임원 인사의 핵심 기조는 이렇게 요약된다.

현대차는 새로운 ‘2025 전략’으로 미래 핵심 사업군에 2025년까지 계획보다 3조5000억원을 늘려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늘어난 투자 규모만큼 이를 진두지휘할 전문가들을 사장·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능력있는 신규 임원들을 발탁해 미래사업 강화에 힘을 실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함께 꾸려갈 주력 계열사 경영진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60대 후반의 부회장단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대신 정 회장과 함께 ‘뉴 현대’ 체제로 혁신을 발 빠르게 수행할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의 임원진으로 꾸렸다.

미래 산업 생태계 주도 리더십 확보…‘UAM·전기차·수소·로봇’

정 회장은 15일 발표한 현대차그룹 2020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추진 중인 UAM, 전동화, 수소사업, 로보틱스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를 전면배치했다. 지난해 10월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이번 인사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2020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신재원(왼쪽부터) 현대차 사장, 이규오 현대·기아차 부사장, 김세훈 현대·기아차 부사장, 현동진 현대차 상무(사진=현대차그룹)
신재원 현대·기아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부장(61)을 사장으로, 이규오 제품통합개발담당(60)과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54)을 부사장으로, 현동진 로보틱스랩장(42)을 상무로 승진시켜 각각 임명했다.

특히 신재원 사장의 승진은 현대차에 영입된 지 1년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정 회장이 UAM 개발과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특유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인 신 사장을 직접 영입했다. 신 사장은 지난해 9월 말 신설된 UAM사업부를 총괄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밑그림을 그렸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개발을 주도한 이규오 부사장의 승진은 현대차그룹이 내년을 전기차의 원년으로 삼고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E-GMP 기반의 전기차와 파생 전기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여 연간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김세훈 부사장의 승진은 현대차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 분야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2018년 연말 인사에서 전무에 오른 뒤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발표한 ‘2025 전략’에서 기존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의 2대 사업 구조에 수소연료전지 기반 사업인 수소(H2) 솔루션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현동진 로보틱스랩장의 상무 승진도 눈에 띈다. 현 상무는 최근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로봇 사업 강화에 첫걸음 뗀 현대차그룹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R&D(연구개발) 부문에서 배출했다”며 “미래 핵심 성장 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리더십을 공고히 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역량·성과 기반 주요 그룹사 신임 대표이사 내정…책임경영 체제 강화

정 회장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실었다. 미래 사업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성과가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주요 그룹사의 신임 대표이사로 전진배치해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현대차그룹 2020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장재훈(왼쪽부터) 현대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장재훈 국내사업본부장(56)을, 현대모비스는 조성환 연구개발(R&D) 및 전장BU(59)을, 현대건설은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63)을, 현대위아는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61)을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재훈 사장은 전사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적임자로 승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3개 본부를 겸임하면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조직 문화 혁신 등을 주도했다. 실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올해 현대차 내수 판매는 사상 최대, 제네시스는 연간 10만대 판매 달성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정의선·이원희·하언태 대표이사 체제로 조만간 주주총회를 통해 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결을 의결할 예정이다.

조성환 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등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현대모비스의 미래 신기술·신사업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임 박정국 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으로 발령해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함께 미래 핵심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사에서 계열사로 발령난 임원은 퇴임하는게 관례인데, 다시 본사에 재합류했다”며 “2년간 대표이사로서 보인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대형 수주사업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한 윤영준 사장은 현대건설의 핵심 경쟁력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 추진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30년 이상 부품개발에 전념해온 정재욱 사장은 전동화 핵심부품 등 현대위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경쟁력 제고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리더의 발탁을 통한 그룹의 미래 사업과 신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 문화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서보신 현대차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11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영운(왼쪽부터)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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