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 높아지고·의료비 부담 줄고…가정용 의료기기 '쑥쑥'

병원 가는 비용 몇 번이면 구입 가능
가정용이라고 기능 떨어지지 않아
식약처 엄격한 품질관리
  • 등록 2017-12-19 오후 6:38:38

    수정 2017-12-19 오후 7:13:54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병원에서만 보던 의료기기들이 점차 가정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병원용 레이저 장비에 주력하던 원텍은 자체 제품 중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넘는 제품이 가정용에서 나왔고 체성분분석기로 유명한 인바디(041830)가 선보인 가정용 제품은 판매율이 전년 대비 185%나 늘어났을 만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의 이해와 시장 포화로 매출이 정체된 병원용 의료기기 업체나 제약사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약을 미세한 기체 상태의 입자로 만들어 폐에 전달하는 네블라이저(연무기)의 경우 예전에는 이비인후과와 소아과에 가야만 쓸 수 있었다. 최근에는 휴대용 네블라이저를 구입한 뒤 약만 처방받아 쓰는 가정이 많다. 국내 유일의 메시형(약 성분을 미세 금속망에 통과시켜 기체로 만드는 형태) 네블라이저 제조사인 케이티메드의 허재만 대표는 “가정용 제품 매출은 매년 15% 이상 늘고 있다”며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밝히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제약사들도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에 관심이 많다. 보령제약(003850)은 가정용 의료기기 전문 자회사인 A&D메디칼을 따로 두고 있고 동국제약(086450)은 가정용 저주파 마사지기 브랜드 ‘스포테라’를 운영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방의학,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가정용 의료기기 분야에 진출하는 제약사 수도 늘고, 비중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정용 의료기기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품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아무리 작고 단순한 의료기기라도 효능과 효과를 인정받아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일반 공산품과 달리 정부가 품질을 관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바디의 가정용 체성분분석기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인바디 관계자는 “크기만 줄었을 뿐 적용된 기술은 병원용 장비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이 장비로 측정한 결과치를 의료현장에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의 발달로 의료기기가 단순화된 점도 가정에서 의료기기 사용이 늘어난 배경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편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혈당계는 ‘코딩’이라는 절차가 생략돼 있다. 코딩은 피를 묻히는 작은 막대기인 스트립을 혈당계가 인식하는 과정으로 저울로 치면 영점을 잡는 것에 해당한다. 스트립에는 혈당을 측정하는 효소가 부착돼 있는데 이게 제조 공정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 혈당기 제조사인 아이센스(099190) 관계자는 “최근 제품은 스트립 자체에 코드를 입력한 오토 코딩이나 노 코딩 방식으로 소비자의 번거로움을 없앴다”고 말했다. 또 측정한 혈당수치를 수첩에 일일이 적지 않아도 수치를 곧바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전송하는 혈당계도 등장했다.

가정용 의료기기의 대명사격인 혈압계도 과거에는 팔에 감는 커프의 위치에 따라 측정치가 달라졌지만 최근에는 팔뚝에 가해지는 커프의 압력을 균일하게 유지해 팔에 감는 위치가 조금 잘 못 돼도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개량됐고 사람에 따라 30회 정도의 측정값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것은 기계가 알아서 해 주고 사용자는 그냥 쓰기만 하면 되는 형태로 편의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는 일반 공산품과 달리 허가 심사에 1~4년이 걸리고 비용도 1억~4억원이 든다. 업체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한 의료기기제조사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으면 효능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가정용 의료기기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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