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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는 지난 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조선업계 간담회에서 각사별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할 대미(對美) 정책 지원 방안을 건의했다. 정부는 조선업계가 이날 건의한 내용을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로 한데 묶어 미국 정부와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조선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규제다. 미국은 비전투 함정 MRO 시장에는 외국 기업 참여를 허용하지만 전투함은 일본·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로 제한한다. 일본의 경우 올해 4월 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함정 MRO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일본 사례와 같이 우리 조선사들이 미 전투함 MRO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미 간 정책 협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해묵은 존스법은 우리 조선업계의 미국 상선 시장 진출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920년 탄생한 이 법은 미국 내 화물 운송에 사용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다. 존스법은 해외에서 제작한 선박 블록 규모도 선체 무게의 1.5% 이하로 제한한다. 이에 우리 조선업계는 해외 블록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등 존스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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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별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미국과 상호국방조달협정(RDP) 체결을 추진하고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완화를 요청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건의했다. 미 국방부는 28개국과 RDP 협정을 체결해 무역 장벽을 낮추고 방위산업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협정국에서 제외돼 있다. 외국인의 방산 관련 접근을 차단하는 미국 ITAR은 일본과 EU 등 일부 국가의 예외를 인정하나 한국은 여기서도 빠져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트럼프의 화석연료 규제 완화로 수혜가 예상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상력 강화를 요청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LNG 업체 델핀(Delfin)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입찰을 협상 중이다. 이는 미국 육상 생산 가스를 멕시코만 해상 천연가스 액화 처리 해양플랜트를 통해 LNG로 전환해 수출하는 사업으로 최대 4기의 FLNG가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FLNG 부문에서 세계 최대 건조 실적을 보유한 선두 업체다.
정부는 이 같은 건의를 토대로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를 마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발 수혜는 조선뿐 아니라 국가 안보가 걸려 있는 방산 분야까지 걸쳐 있어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조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