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조업정지 면할 듯…저감투자 전제로 과징금 부과

대기환경보전법상 `국민경제 감안` 경감대체 가능
최대 과징금액 2억원…배출가스 축소이행 `조건부`
5대 발전사, `5년 6.5兆 환경투자`…판단기준 전망
정지처분 갈음되나…소명 과정서 시·도지사 설득해야
  • 등록 2019-06-04 오후 4:41:17

    수정 2019-06-05 오후 2:19:56

환경부 정부세종청사. (사진=환경부)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운영하는 포항·광양·당진제철소 3곳에 내려진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과징금 부과로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

환경부 대기관리 담당자는 4일 “각 시도지사는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제철업 2개사의 포항·광양·당진제철소 3개 사업장으로부터 배출가스 저감이행 계획서를 받고 대기환경보전법상 제재 수단의 하나로 규정된 과징금 처분(제37조)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포항·광양·당진제철소 3개 사업장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 한 달 전인 올해 1월 이미 고농도 미세먼지 자발적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환경부와 체결하고 소결시설에 사용되는 무연탄의 질소함량을 평상시 1.5% 이상에서 비상저감조치 시엔 3배 넘게 낮은 0.5% 이하의 저(低)질소 무연탄을 사용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줄이고 있다. 민간기업인 제철업 2개사가 배출가스 저감에 선제적으로 동참한 만큼 이번 징계 절차 논의에서 앞으로의 배출가스 감축 노력을 감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배출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자에 대해 조업정지를 명해야 하는 경우로서 그 조업정지가 △주민의 생활 △대외적인 신용·고용·물가 등 국민경제 △그 밖에 공익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조업정지 처분을 갈음해 2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충남·전남·경남, 배출량 가장 많아…“제철소 감축노력 필요”

포스코·현대제철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에는 고로 블리더(bleeder)가 문제가 됐다. 고로 블리더는 제철소 고로 위에 4개씩 설치된 일종의 안전밸브다. 고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용광로 압력이 안전기준치 이상으로 급등해 폭발 위험이 생기면 자동으로 열린다. 따라서 블리더는 비상 개방 장치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로 블리더 운용은 관할관청인 각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사항으로 비상 개방이 아닌 `임의 개방` 시엔 인·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대기환경보전법상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없도록 한 상황에서 용광로 폭발 위험이 감지된 비상시가 아닌 단순 청소를 위한 블리더 개방은 명백한 법규 위배라는 설명이다.

철강업계는 두 달에 한 번 가량 고로에 열풍 주입을 중단하고 고로 내부를 정비할 때 수증기를 주입하면서 내부 압력 때문에 폭발이 발생하는 사고를 막고자 고로 블리더를 길게는 1시간까지 열어놓는다. 업계에선 철강업 이해 없이 성급한 처분이란 반응이지만 정부는 “원칙적으로 애초 제철소 설립 허가 위반이며 유예기간 동안 대체 기술개발에 소홀했다”며 일축했다.

최근 환경부가 공개한 전국 626개 사업장 대상 ‘2018년도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 자료를 보면 상위 5대 시·도로 △충청남도 7만5825t(23%) △강원도 5만2810t(16%) △전라남도 4만8370t(15%) △경상남도 3만6078t(11%) △충청북도 2만5572t(8%) 순으로 나타났다. 충남·전남·경남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표적 지자체로 이들 지역 제철소를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어 제철소 배출량 축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대 철강사 계획표는…“발전업계 못지않게 성실해야”

충남도는 지난달 사전 통지했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고로에 대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역시 각각 고로 1기에 대해 경북도와 전남도로부터 지난달 조업정지 10일 사전 통지를 받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경우 경북도청과 전남도청이 소명 기회를 부여한 만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제재 수위가 낮아질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충남도청이 청문 기회 없이 곧바로 조업정지를 결정하면서 현대제철 측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으로 조업정지 집행을 미루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 기준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CAPSS)을 보면 한국중부·남동·남부·서부·동서발전 등 석탄화력발전소 5개사의 미세먼지 연간 배출량은 3만3173톤(t)으로 가장 많다. 이어 포스코·현대제철 등 제철업종 2개사는 1만876t으로 2위를 차지한다. 삼표·쌍용·한라·한일 등 시멘트 제조업 9개사의 6555t과 SK이노베이션·GS칼텍스·LG화학·롯데케미칼·한화토탈 등 정유 및 석유화학업종 12개사 5694t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앞서 5대 발전사는 지난 1월 향후 5년간 우수 환경기술 개발에 6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5년 이후 계획까지 포함하면 총 1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이 투입된다. 5대 발전사는 전체 발전시설 오염물질 배출량 가운데 80% 이상을 배출하고 있는데, 대규모 환경투자로 대기오염물질을 50% 넘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도 올해 안에 5대 발전사의 ‘통합환경허가’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적 기능이 강한 발전사와 달리 민간기업인 철강회사에 투자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결국 민간부문엔 규제 및 단속 강화라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포스코·현대제철 등 2대 철강사의 환경투자계획서가 발전업계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히 성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 소결시설


철광석 등의 분말에 열을 가해 일정한 크기의 광물을 만드는 시설을 일컫는다.

▶ 통합환경허가

기술 수준과 지역 환경여건을 고려해 사업장별 맞춤형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준수를 위해 5년간 연료 및 배출·방지시설 개선 등 환경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하고 5~8년 주기로 여건변화를 반영해 허가내용을 재검토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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