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새 대입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의 설명대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찾은 절충안에 해당한다. 2025년에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에선 선택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이상론이 많았다. 학생들이 점수에 따라 과목을 고르는 게 아니라 적성·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고1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고2·3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했을 때 고1 때의 내신 실패를 2·3학년 때 만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고교 자퇴 뒤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에 응시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내신 절대평가로 전환 시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어서다. 이 부총리는 “고1 때의 성적을 2·3학년 때에 만회할 기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신 등급이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수능 영향력은 고교학점제 시대에도 여전히 유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부터 국어·수학·탐구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명실공히 ‘문·이과 통합’ 수능을 도입한다. 현행 수능은 문·이과 통합을 표방했지만, 선택과목으로 이를 구분해 왔다.
수능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공통과목 위주로 통합되면서 과목 수는 현행 44개에서 24개로 줄어든다. 국어와 수학은 공통으로 출제되며, 탐구도 그간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단순화된다. 대신 교과 간 융합·통합형 문제가 출제될 전망이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통합과학을 예로 들면 물리·화학·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교과 통합형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선택과목 폐지하고 통합사회·과목 도입
교육부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도 불구, 선택과목의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데에는 ‘공교육 정상화’의 취지도 있다. 수능이 공통과목·일반선택과목 위주로 통합되는 상황에서 내신마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고 2·3학년의 파행 운영이 우려되는 탓이다. 이주호 부총리는 “현재 공교육이 여러 위기 징후를 안고 있어 지금 입시제도를 과도하게 흔들 시기가 아니다”라며 “이번 대입 개편의 중요 방향 중 하나가 안정성”이라고 했다. 입시제도를 과도하게 바꿀 경우 교권추락·교권침해로 위기를 겪는 공교육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점을 걱정했다는 뜻이다.
고교 내신 5등급제로의 완화가 자칫 자율형사립고(자사고)·특수목적고(특목고)에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특목고·자사고·명문고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오히려 공통과목 외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가 적용되기에 내신 변별력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고교의 이모 교사는 “진로선택과목에서 A학점을 남발하는 등 학점 인플레가 심했는데 이를 상대평가로 적용키로 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