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특정한 분야에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연구직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 블라인드 채용 제도에 대한 검토에 나서면서 연구 현장에서 블라인드 채용 제도 개선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투명성 장점..획일적 적용에 부작용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 지역, 나이, 학력 등 응시자의 개인정보를 배제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채용절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지난 2017년 부처 합동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공공기관에 일률적으로 적용돼 왔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학연, 지연, 혈연을 떠나 채용 과정에서 절차적인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블라인드 채용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석·박사 과정 연구실 정보는 연구경력사항으로 연구실별로 다른 인프라나 경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단편적인 논문 심사나 짧은 시간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전문역량과 잠재력을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게 연구현장의 의견이다. 특히 연구인력의 세부전공과 필요 직무 간 수요가 맞지 않으면서 부서를 이동해야 하는 등 오히려 골칫거리가 됐다는 평가다. 가령 인공지능 분야를 인재를 뽑아야 한다면 실제 프로그래밍 실력이 아니라 우수한 논문을 썼고,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이 뽑힐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명예회장은 “공정성을 지나치게 따지게 되면서 인재 채용을 원하는 부서 인력이 서류나 면접 과정에서 참여를 못하고, 전문성을 살펴보지 못하면서 수월성을 놓치게 됐다”며 “출연연 정원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인재는 충분히 검토해서 뽑아야 하는데 몇 번 질의응답을 거치면 채용절차가 끝나는 부분이 아쉽고, 전 세계 연구기관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인재를 적시적재에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추세와도 동떨어져..인수위는 “검토중”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대학,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하지 않고 우수 연구자를 뽑는 것과 달리 출연연에서 연구 수월성과는 동떨어진 인재들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철폐해야 한다는 게 과학계 중론”이라며 “같은 화학, 핵융합 전공이라도 세분화된 전공이 다른데 제약된 환경속에 원하는 인재가 아닌 이들이 채용되면서 결국 채용 인력도 부서를 떠나야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불행하고, 연구소도 해당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한번 뽑으면 평생 데려가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과 해당 사안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만큼 새 정부 출범이 새로운 기회라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소한 박사급 인력은 국제 표준에 맞춰 뽑아야 한다는 과기정통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지침만이라도 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지난 11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과학기술계 출연연과 간담회를 갖고, 블라인드 채용 개선안 등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개선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