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김보겸 기자] 제20대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등판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허위 경력 의혹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당분간 전면에 나서기보다 대외활동을 자제한 채 그림자 내조로 윤 후보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씨가 섣불리 등판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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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현재 배우자의 의혹 해소보다 감싸기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그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기자회견에서 ‘배우자의 등판 시기’에 대한 질문에 “제 처는 조국 사태 이후 집중적 수사를 2년간 받았다”면서 “심신이 많이 지쳐 있고 요양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트레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잘 추스리고 나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치적인 운동에 동참하기보다 조용히 봉사활동이라든지 그런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선 후보 배우자로서 유세 현장에서 힘을 보태기보다 봉사활동으로 내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는 최근 허위 경력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해당 사과가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윤 후보 배우자의 이력 부풀리기 사과가 충분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9.2%는 ‘불충분했다’고 답했고, ‘충분하다’는 응답은 25.6%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김씨의 사과가 불충분하게 여기는 셈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후보는 최근 각종 석상에서 김씨의 공개 행보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그러나 국민 여론이 식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등판했다가는 윤 후보 지지율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읽힌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가족 리스크 등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김씨의 잠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