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상외교' 시동…폼페이오 "대통령 행세 말라" 제동

바이든, 유럽 정상들로부터 승리 축하받아…'차기 대통령' 굳히기
"미국이 돌아왔다"…동맹 경시해왔던 '트럼프 지우기' 시도
'복심' 폼페이오 "착각 말라…美엔 단 한 명의 대통령만 있을 뿐"
  • 등록 2020-11-11 오후 6:00:04

    수정 2020-11-11 오후 9:26:3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 선언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동맹국 정상들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했다. 대선 승리 축하를 받으며 미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외교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그는 이들 정상에게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맹을 거래적 관점에서 봐왔던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부각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복심이자 미국의 외교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에는 단 한 명의 대통령만 있다”며 불편을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에 힘을 싣는 동시에 바이든의 ‘정권 인수’에 제동을 건 셈이다.

10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통화했다. 세 나라 모두 유럽에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다. 존슨 총리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영국이 의장국을 맡는)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를 바란다”며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아울러 내년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 바이든 당선인을 초청했다. 기후변화는 바이든 당선인이 중점 과제로 꼽는 정책이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역시 바이든 당선인에 승리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주요국 정상들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와중에 차기 대통령으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읽힌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국 정상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때 추진했던 ‘국 우선주의’ 탓에 국제사회 리더십이 악화했다는 판단 하에 이를 복원하려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 방침 등을 밝힌 상태다. 그는 “전세계 동맹들로부터 받은 환영은 진정성이 있는 것이었다”며 “예전처럼 미국을 존경 받는 위치로 되돌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도 했다.

‘불복 소송전’을 공식화한 트럼프 측은 즉각 반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단지 인사를 건네는 거라면 심하게 곤란한 건 아니다”면서도 “착각하지 말라. 우리는 한 번에 한 명의 대통령과 한 명의 국무장관, 하나의 국가안보팀을 갖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도 차기 행정부와의 인수인계 작업에 대해 “2기 트럼프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AFP통신은 폼페이오는 바이든 당선인 팀과의 접촉 여부 등의 질문에 때때로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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