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닭고기값

산지가 급락했는데 삼계탕 값은 ‘훨훨’
공급과잉탓, 육계가격 15년 만에 최저
부대비용 상승에 원가하락 체감 어려워
  • 등록 2018-07-19 오후 4:41:13

    수정 2018-07-19 오후 4:41:13

삼계탕.(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주부 이 모(40) 씨는 지난 17일 초복을 맞아 세 식구가 먹을 삼계탕을 만들기 위해 인근 전통시장에서 1kg짜리 토종닭 두 마리를 1만6700원을 주고 샀다. 일반 음식점에서 삼계탕 1인분에 1만4000원씩 세 명이 먹으면 4만2000원에 달하는 외식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외식물가가 너무 올라 직접 생닭을 사서 집에서 해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으로 육계(닭고기용 닭) 값이 급락했다. 복절기 육계가격은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다. 그런데 치킨, 삼계탕 등 닭요리 완제품 가격은 주춤할 줄 모른다. 산지가와 격차만 벌이는 분위기다. ‘수상한 닭고기값’이라는 말이 나온다.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육계 산지가격은 도계 증가로 전년 동월 대비 33.6%, 전월 대비 28.6% 급락한 kg당 1106원으로 나타났다. 하락추세는 이달 들어 계속되고 있다. 공급량이 많이 전년보다 최대 41.8% 하락한 950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육계 산지 가격은 상당기간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육계산업 불황 장기화 방지를 위해서도 업계의 적극적인 수급 조절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외식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산지가와 소매가 그리고 소비자가격 간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 이를테면 한국토종닭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토종닭의 산지시세는 지난달 12일 kg당 1600원 수준이지만 소매가는 전국 평균 8395원으로 5배 이상 껑충 뛰었다. 외식물가는 여기서 2배가 더 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 물가정보를 보면 서울의 삼계탕 평균 외식비는 1만4077원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대표 외식 메뉴 8개 중 7개 가격이 1년새 올랐다. 이 중에는 삼계탕도 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외식 메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는 산지가격이 하락해도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중간 이윤이 붙어 닭고기값 원가하락을 체감하기 힘든 실정이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산지 판매업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문정진 토종닭협회장은 “산지가격 하락이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가 더 토종닭을 구매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항상 수포로 돌아간다”며 “산지가격 연동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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