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애인전용주차 단속 첫날…"3분 세웠는데" 볼멘소리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민관 합동 점검 실시 첫날 르포
불법주차 첫 단속 현장, 주차 차량 6대 중 2대 ‘불법’ 주차
장애인 주차 표지 잘 안 보이게 붙이는 등 꼼수도
생활불편신고 앱 덕분 작년 대비 신고 건수 2.5배↑
  • 등록 2017-11-13 오후 7:27:18

    수정 2017-11-13 오후 7:28:34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 민관 합동 점검 실시 첫날. 오후 2시가 약간 넘은 시각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242 한화비즈메트로1차. 구로구청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팀 공무원 3명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지체장애인 편의시설 지원센터 직원들로 구성된 단속반이 사전 예고 없이 일제히 1층 주차장 단속에 돌입했다. 바로 주차장에 진입하자마자 불법 주차 차량이 보인다. 장애인 자동차 주차가능 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흰색 카니발 차량이다.

장애인 자동차 주차가능 표지를 차량 핸들 왼편 구석 안쪽 유리 끝까지 깊숙이 밀어 넣어 하단의 번호를 안 보이게끔 교묘하게 붙여 놨다. 사진=이연호 기자.
◇불법주차 첫 단속 현장, 앱으로 현장서 바로 불법 여부 확인 가능


구로구청 최용일 주무관이 휴대폰을 들어 차량 앞뒤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증거 사진 확보용이다. 이어 최 주무관이 장애인차량여부 확인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시켜 해당 차량의 번호를 입력하자 ‘비유효’ 판정 결과가 뜬다. 최 주무관은 빨간색 고딕체의 ‘과태료부과대상 자동차통지서’를 꺼내 사인펜으로 위반 일시와 장소를 적고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적은 후 차량 오른편 와이퍼 아래 끼운다. 잠시 후 관리사무소의 연락을 받은 차주가 나타나 아무 말 없이 급히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주차가능 표지가 없는 반대편 회색 스타렉스 차량에도 똑같은 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이번엔 번호판을 앱에 입력하는 대신 번호판을 QR코드에 대고 직접 찍었다. 과태료 통지서를 발부한 직후 화장품 판매업자인 차주가 나타났다. 그는 “잠깐 거래처에 물건을 내려 주려고 2~3분 세운 게 전부인데”라며 억울해 했다. 해당 건물 1층 주차장엔 장애인용 8대, 비장애인용 4대 총 12대의 주차구역이 있다. 첫 단속 현장, 주차 차량 6대 중 2대가 불법 주차 차량이다.

장애인 주차 표지 잘 안 보이게 붙이는 등 꼼수도

도로 건너편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6길 5 에이스하이엔드타워1차 주차장이 다음 단속 장소다. 가리봉동 주민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12대의 장애인전용 주차 구역에 총 6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고 다행히 겉으로 보기에 위반 차량은 없다.

하지만 한 개 차량은 장애인 자동차 주차가능 표지를 차량 핸들 왼편 구석 안쪽 유리 끝까지 깊숙이 밀어 넣어 하단의 번호를 안 보이게끔 교묘하게 붙여 놨다. 이런 경우 앱이 있다면 현장에서 바로 조회가 가능하지만 올해 도입된 이 앱은 현재 자치구별로 한 대씩만 배당된 상태. 해당 앱이 설치된 휴대폰을 가진 최 주무관은 다른 구역 단속을 나갔기 때문에 김봉근 주무관은 구청에 돌아가 확인하기 위해 일단 사진만 찍어 둔다.

김 주무관은 “돌아가신 부모님과 친인척 등의 명의로 발급된 표지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옆의 회색 카니발 차량 한 대는 네모 모양의 옛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붙여 놓고 있다. 종전 표지를 사용 중인 이 차량은 올해 말까지는 새로운 표지로 교체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는 종전 표지를 사용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경우에도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오후 3시께 두 지역에 대한 불법주차 민관 합동 점검은 끝났다. 장애인들이 일부 얌체 비장애인들 때문에 자신들의이동권을 침해 받고 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비장애인 주차 구역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휠체어 등의 이동을 위해 공간이 넓다.

이 때문에 일부 얌체족들은 ‘잠깐인데 뭐 어때’,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다. 김봉근 주무관은 “대형마트 등 보통 건물 1층 출입구 근처에 장애인전용주차 구역이 있는데 5~10분 정도 잠깐 차를 댈 생각으로 비장애인들이 이곳들을 불법 점유한다”며 “이들이 잠깐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장애인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구청에서는 평소에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 예방을 위해 관내 아파트 단지 등을 순회한다. 김봉근 주무관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안내 표지판을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고 오래돼 글자가 잘 안 보일 경우 선명하게 바꾸라고 관리사무소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구로구청 담당 공무원이 자신의 휴대폰에 설치된 장애인차량여부 확인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시켜 해당 차량의 번호를 입력해 해당 차량의 유효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연호 기자.
생활불편신고앱 덕분 작년 대비 신고 건수 2.5배↑

최근엔 생활불편신고 앱이 공무원들의 일손을 덜어 주고 있다. 구로구청 김상철 주무관은 “앱 덕분에 작년 대비 신고 건수가 2.5배 늘어났다”며 “전임자는 추가적으로 다른 일까지 했는데 신고 건수가 많이 늘어나 이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근 주무관은 “사진 등만 간단히 찍어서 해당 앱에 올리면 신고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앱이 생기고 나서 포상금도 별도로 없는데 신고 건수가 늘고 있다”며 “신고자는 주차 구역을 침해 당한 장애인들이거나 비장애인의 경우 자신이 과거에 적발돼 과태료를 부과 당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지체장애인 편의시설 지원센터와 함께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 약 한 달간 전국 공공기관 및 공중이용시설 3708개소를 대상으로 합동 점검에 돌입했다. 대형마트 등 판매시설, 장애인의 이용가능성이 높은 자연공원(국립, 도립, 군립공원) 및 공공체육시설, 읍·면·동사무소 등을 예고 없이 불시에 점검하는 형식이다. 불법주차는 과태료 10만원, 주차표지 부정사용은 과태료 200만원, 주차방해 행위는 과태료 50만원을 각각 부과한다. 올해 상반기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4219개소 합동 점검 결과 민관은 총 238건의 불법주차 등을 적발해 현장 계도를 제외한 202건에 3434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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