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체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보건의료노조, 제주 영리병원 철회 요구

녹지국제병원 허가 철회 요구하며 청와대 앞 노숙 농성 시작
"국민 건강 책임져야 할 정부가 직무유기"
녹지국제병원, 이르면 3월 초 개원 가능
  • 등록 2019-02-11 오후 3:23:37

    수정 2019-02-11 오후 3:23:37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11일 제주 영리병원 철회 및 공공병원 전환 촉구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앞두고 보건의료노조 등이 승인 철회 등을 내세우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부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승인을 철회하고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영리병원저지 범국본) 소속 400명(집회 측 추산)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영리병원 허가 철회와 개원 중단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은 이르면 오는 3월 초 개원이 가능하다.

영리병원저지 범국본은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영리병원이 탄생을 앞둔 것은 국민에 대한 공약 위반”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승인을 취소하고 공공병원으로의 전환을 검토·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에서 영리병원 설립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면서 영리병원의 전국적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들은 녹지국제병원 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언급하며 “제주 영리병원의 졸속 승인과 부실 허가 의혹과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리병원저지 범국본은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국내법인의 우회투자 의혹 △유사사업 경험 전무 의혹 △사업계획서 검토 없는 승인 의혹 △건물 가압류 상태에서의 허가 의혹 등을 제기해왔다.

이상훈 건강보험노조 경기본부장은 “영리병원은 아픈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담보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현행 의료법상 병원이 오는 환자를 막을 권리가 없는 만큼 내국인 진료의 길이 열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은 “(녹지국제병원이라는) 댐이 하나 터지는 순간 국내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영리병원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숙련된 의료진을 고용하지 않아 평범한 국민에겐 득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정책부장은 “녹지국제병원 측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공공병원으로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뭉개고 허가를 내줬다”며 “보건복지부 역시 유권해석을 통해 조건부 허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면죄부를 주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농성을 앞두고 삭발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제주 영리병원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적폐”라며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 문제를 원 지사에게 미루지 말고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등 4개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하지만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제주도민 180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것을 뒤집고 허가를 내주면서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영리병원저지 범국본은 지난달 31일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도 지난 1일 원 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1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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