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본격 출범하면서 ‘현역의원 꿔주기’를 예고하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불출마하는 현역 의원을 위성정당으로 이적시켜 유리한 정당 기호를 확보하고, 더 많은 선거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다. 제3지대 역시 거대 양당 탈당 의원의 합류를 추진하며 선순위 정당 기호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을 출범하고 현역 의원 당적을 옮기는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공직선거법 150조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이 5석이거나 직전 선거 득표율 3% 이상인 정당에 한해 전국 통일기호를 부여하는데, 정당별 의석수가 많을수록 앞순위를 받는다. 이에 따라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선거를 위해 설립한 위성정당에 현역의원 배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위)와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아래) 현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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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민주당은 이 같은 전략을 취했다.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며 현역의원을 20명을 확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하면서 8명의 현역의원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미래한국당은 기호 4번을, 더불어시민당은 5번을 가졌다. 당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정당에서 비례 후보를 내지 않아 기호 1·2번이 부재한 것을 고려하면 민생당(3번)에 이어 투표용지에서 상단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호 4번 확보가 목표다. 지역구 투표(기호 2번)와 정당투표 모두 두 번째 순번에 후보를 위치시켜 편의상 유리한 번호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전략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정당기호 4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공식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지역구 기호 1번에 맞춰 정당투표 기호 첫 번째 순번을 차지하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동안 위성정당 창당 추진단에서 합의한 것에 기초를 두고 지도부 구성 이후 (현역의원 이적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많은 선거보조금을 확보하려는 것도 현역의원 이적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선거보조금의 경우 후보자 등록 마감일 의석수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데, 많은 의석수를 가질수록 보조금 규모가 크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지원을 예고하면서 제3지대에선 반발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현역 의원 이적을 통해 또 하나의 위성정당을 만들어 세를 불리면 신당은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책임위원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위성정당 선거운동의 최전선에 서겠다고 자임했다. 전직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 취지를 무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는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출범했다”며 “쌍둥이를 넘어 빵 틀에 민주당을 넣고 찍어냈다”고 덧붙였다.
제3지대는 위성정당에 견제구를 날리는 것과 동시에 거대 양당에서 탈당하는 의원을 합류시켜 유리한 정당기호를 받기 위해 맞서고 있다. 개혁신당은 무소속인 양정숙 의원 합류를 통해 기존 양향자, 이원욱, 조응천 의원과 함께 4명의 현역 의원을 확보한 상황이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공천 파동에서 반발해 탈당한 박영순 의원이 합류하면서 기존 김종민 의원과 함께 2명의 의원을 보유했다. 이와 함께 추가로 설훈 의원과 홍영표 의원과의 합류를 모색하고 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대표는 “민주당에서 (공천 관련) 불이익 받은 분들의 여러 제안과 의사 표명과 관련해 상당히 열린 자세로 대화를 나눴다”며 “저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