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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기존 반도체 시장에 애플, MS, 아마존, 구글이 성능 향상 및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자체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서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균형이 흔들리며 기존 반도체칩 제조업체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1일 연례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모델 학습을 가속화하기 위한 자체 반도체칩을 공개했다. 고객들의 수요에 ‘맞춤형’으로 제작한 커스텀 반도체칩이다. AWS는 지난 2018년부터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해 일부 사용해 왔다. 인텔의 기성품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맞게 자체 개발한 제품의 성능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서 아마존을 맹추격하고 있는 MS는 지난 18일 인텔의 CPU를 대체할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퀄컴과 함께 개발한 ARM 기반 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 SQ2’를 공개한 데 이어, 자사 데이터센터용 CPU까지 자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텔 의존도를 낮추고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MS의 계획이다.
이처럼 거대 IT기업들이 기존 반도체칩 제조업체들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인텔 등의 CPU 기술이 PC 전용으로 개발돼 전력소모량 및 열 발생량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작은 배터리에 의존하는 스마트폰 등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5G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기업들은 전기를 많이 쓰는 인텔 칩 대신 비슷한 성능에 전기를 덜 쓰는 자체 CPU 개발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WSJ은 “원격 작업이 주를 이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클라우드 부문의 급부상이 가속화했고, 덕분에 아마존, MS, 구글 등은 강력한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MS, 아마존 등이 엔비디아나 인텔을 능가할 정도로 몸집이 커진 것도 자체 CPU 개발에 착수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는 3300억달러, 인텔은 2700억달러 수준이다. 반면 클라우드 거물인 아마존과 MS, 구글, 알파벳 등은 시총이 1조달러에 달한다.
애플과 MS라는 두 공룡기업이 ‘탈(脫)인텔’ 선언을 하고, 다른 IT기업들도 자체 반도체칩 개발에 나서면서 관련 업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WSJ은 “인텔뿐 아니라 엔비디아도 IT공룡 기업들 수요 이탈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간 커스텀 반도체 칩 개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며, 이는 기존 반도체칩 제조업체들에는 큰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텔은 최대 고객사인 MS와 애플을 잃으면서 업계에서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내년부터 수조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인텔은 최근 낸드 사업부를 SK하이닉스에 매각했으며, 전원관리(PWM) 반도체 사업부 ‘엔피리온’도 조만간 대만 미디어텍에 팔 계획이다. 인텔 주가는 MS 이탈 소식이 전해진 뒤 6.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