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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정부 예산을 가지고 조직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수많은 공공기관장·대학총장 등을 지적하겠습니다. 경영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이익만 챙긴 분들이 조직을 망하게 합니다. 그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완성했습니다.”
최재천(63)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열린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메디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적하기 위해 쓴 건방진 책”이라고 자신의 저서를 소개했다.
이번 책은 천생 학자로 살아온 최 교수가 국립생태원을 성공적으로 이끈 과정과 그의 경영 철학을 담았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 밑에서 공부를 하며 한국 최고의 생태학자로 손꼽히는 최 교수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3년 2개월간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목표 관람객 수를 300%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국립생태원이 장기적인 생태연구소로 가는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리더라면 치사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더는 말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그냥 무턱대고 말을 바꾸라는 게 아니라 자기의 잘못을 고집하지 말고 빨리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 교수는 리더가 카리스마 없이 너무 화합과 협업을 통한 안정만을 추구하면 큰 발전이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조직이 그 리더가 떠난 뒤 과연 성공을 이어갔을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100년 이상 가는 기업은 반드시 화합과 협업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할 당시 세월호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공감능력은 본능적인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감능력이 무뎌진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은 당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멀쩡히 저녁식사까지 했다는 건 용서받기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경영자가 자기보다 남을 더 챙기면 오히려 ‘능력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다 보니 리더가 자기 것을 챙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경영 평가 방법을 바꾸기 위해 애썼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있는 3년 2개월간 국립생태원이 있는 사천에서는 3~5분 이상을 푹 쉬어본 적이 정말 없는 것 같다”며 “이 책을 읽고 많은 경영자가 제가 고생한 것만큼은 고생하지를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