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원정도박’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징역 3년6월(종합)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수차례 해외 원정도박을 즐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현용선)는 19일 열린 장 회장에 대한 선거공판에서 징역 3년 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8년과 추징금 5억 6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장 회장은 2004년 12월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파철(철강 부산물) 판매대금을 횡령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며 “횡령액도 88억원으로 크고 다수의 임직원이 관여한 가운데 조직적으로 이뤄져 수법도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철 판매대금의 상당액을 변제했지만 실추된 동국제강의 명예를 회복하기에 부족하다”며 “횡령·배임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는 127억원에 달해 동국제강을 지지해온 임직원 및 국민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상습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2001~2009년 도박 부분은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은 부분과 시효가 만료된 부분이 섞여 있고, 남은 2010~2013년 도박건으로는 상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은 구형 하루 전인 지난 12일 장 회장이 1000억원대 도박을 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려 했으나 1심 재판부의 만류로 입장을 철회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추가증거를 받아들여 도박의 상습성까지 인정한다면 장 회장의 형은 더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의 파철을 무자료(세금계산서가 없거나 허위거래)로 판매해 88억원을 빼돌리고 가족 명의의 계열사에 급여·거래 내역을 조작해 34억원을 챙기는 등 12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계열사인 페럼인프라의 수익배당을 하면서 대주주인 동국제강 대신 장 회장 일가에 배당금을 몰아줘 5억 1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도 받았다. 장 회장에게 적용된 죄목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상습도박, 배임수재, 외국환거래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