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인공지능(AI) 서버에 적용될 수 있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가 부각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는 공정 전환에 가속을 내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DDR5, LPDDR5 등 고성능 D램 공정에 집중하고, 투자도 선단 공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메모리 사이클 이후 과잉 생산에 따른 적자의 늪에 빠지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방편으로 해석된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올해 1~9월 196억 5228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2~2021년 300억 달러가 넘었던 메모리 수출 규모는 다소 줄어들었다. 국내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는 국가 1위는 중국이지만, 그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2022년 51.4%였던 비중이 2023년 44.7%, 올해 9월까지 누적 37.9%로 줄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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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레거시 D램 생산을 늘리고 있고,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는 레거시 D램 외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이나 선단 공정의 D램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AI 서버용 메모리는 주로 대만이나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AI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수록 더 강화될 조짐을 보인다.
AI 사이클 수혜를 받는 HBM3E 등 고성능·고용량 메모리가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가능한 빨리 DDR4 등에 활용됐던 레거시 테크(Legacy tech)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수요가 둔화하는 제품의 생산은 줄이고 늘어나는 HBM3E의 생산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거시 제품은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규모를 줄이며 대응하기로 했다.
메모리 시장 호황기에 D램 생산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 가격 하락, 적자 전환으로 빠지는 구조를 막고자 하는 방안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다운턴 상황에서 수요 부진, 가격 하락이 지속하며 지난해 적자로 전환한 바 있다. 매번 메모리 업체의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오는 31일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앞둔 삼성전자 역시 수요가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생산을 집중할 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AI 메모리에서 제품 양극화가 뚜렷해짐에 따라 수요가 발생하는 제품에 생산과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AI 사이클에서) HBM 수요는 계속 이어질 전망으로 기업들은 당연히 이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D램에서도 공정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 전략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