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먼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자본주의 대전환: ESG노믹스’를 주제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SF) ‘ESG, 돈의 흐름을 바꾸다’ 세션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틸먼 회장은 미국 금융전략의 선도적 권위자로 ESG를 모든 투자전략에 반영하기로 해 주목받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석 기관 전략가를 지냈다. 틸먼 회장은 발표에 이어 금융계 ‘그루’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대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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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먼 회장이 ESG를 고민한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를 꼽았다. 틸먼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 임원과 이사회가 기업의 다양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며 “금융기관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실패가 드러났다”고 회상했다.
그간 기업을 이끌었던 리더들의 판단만으로는 ‘실패’를 막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ESG의 중요성은 더 두드러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틸먼 회장은 “미국 기업 연합인 ‘BRT’가 최근 기업의 정의를 주주 지향에서 이해관계자 지향으로 바꿨다. 다보스포럼에서도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며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직원, 협력업체, 나아가 사회 전체 등을 포함하는 ‘이해관계자’를 기업과 투자자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틸먼 회장은 이 같은 사회 흐름 속에서 ESG 경영을 제대로 해내는 기업이 승기를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틸먼 회장은 “ESG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며 “ESG 사고를 내재하기 위한 노력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경쟁우위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와 투자자, 내부 임원의 압력 때문에 여러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요소가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파괴적인 변화와 불확실한 시대에서 기업이 번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며 “이런 기업이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응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우선순위를 인식한 민감한 기업이 될 것이고 결국 핵심적인 기업 역량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민첩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틸먼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틸먼 회장은 “사회와 이해관계자에게 계속해서 유의미한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민첩성이 필요하다”며 “민첩성은 ESG와 직결된 덕목이자 이를 통해 변화를 탐지하고 평가해 대응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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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먼 회장과 대담에 나선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기업 입장에서 ESG 비용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이익을 내려면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지 않나”고 질문했다.
이에 틸먼 회장은 “기업은 실적을 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변화하고 적응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많은 기업이 코로나19를 높은 기회로 삼고 있다. 단기적으로 실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ESG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투자라는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며 “리스크 인텔리전스(위기를 인식하고 기회로 보는 관점)와 민첩성을 연관시켜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