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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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1~12일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그의 태도 변화는 미-러 관계가 과거 대립 관계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9일(현지시간) ABC방송의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막지 못한 ‘무능한’ 국가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유럽 내 대통령 및 총리 선거에 개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비판적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 중동 조정관이었던 필립 고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초반 ‘친구가 되자’고 했던 정책은 미국의 이익과 양립할 수 없었다. 결국 눈물로 끝날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H.R. 맥매스터 NSC 보좌관도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러시아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세계의 많은 국가가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가 문제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도 NBC방송 ‘밋 더 프레스’에서 “공습을 통해 무고한 사람들이 화학무기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미국의) 뜻을 러시아에 전하려고 했다”면서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일리 대사는 앞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대해서도 확신한다면서 관련 조사가 끝나고 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출범 초반 우호 관계를 유지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가 과거 대립각을 세웠던 시절로 되돌려지면서 오는 11~12일 틸러슨 장관의 러시아 방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내다봤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강력한 경고 메세지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슬람국가(IS) 및 아사드 정권을 둘러싼 공동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