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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바닥을 기던 물가가 꿈틀대고 있다. 지난달(11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4년반 만에 최대 폭을 나타냈다.
이는 불과 올해 10월까지도 2년여째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던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를 선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류는 최근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수년째 이어진 저물가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이어서 그 여파에 관심이 모아진다.
4년반 만에 생산자물가 최대 상승폭
2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1월 생산자물가지수 잠정치’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99.90으로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플러스(+) 전환한 것은 2014년 7월(0.2%) 이후 처음이다. 2012년 5월(1.0%) 이후 4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기도 하다.
전월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0.4% 올랐다. 2013년 2월 0.7% 상승한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상승한 건 1차 금속제품과 전기·전자기기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전월 대비 각각 1.9%, 1.7% 상승했다. 윤창준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1차 금속제품 중 특히 철강 분야의 물가가 크게 올랐다”면서 “D램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가격도 상승세”라고 말했다.
생산자물가 뿐만 아니다.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95.36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 이는 2012년 5월 1.9% 오른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 모두 올랐다.
전월과 비교하면 1.5% 상승했다. 이 역시 2011년 3월(2.0%)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수년간 하락 국면에 있다가 최근 들어 급반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생산자물가지수에 수출물가지수를 더해 지수화한 총산출물가지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총산출물가지수는 96.43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3% 상승했다. 이 정도 상승 폭은 2012년 5월 1.9% 상승한 이후 가장 높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1.3% 올랐는데, 이 역시 2011년 3월(1.6%)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이는 전방위적인 현상이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달 수출입물가지수도 수년간 저물가를 딛고 조금씩 꿈틀대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물가도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였다. 지난 5~8월 0%대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9월부터 1% 초중반대로 반등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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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는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외에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 전월 대비 0.2% 올랐다. 9월(1.5%) 이후 반등 기류를 타기 시작한 게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년 가파른 인상 속도를 예고한 것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독일 프랑스 등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최근 잇따라 연중 치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험이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 압력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
이는 수년째 저물가 위험에 노출된 경제에 온기가 돌게 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와 동시에 경기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물가 상승은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특히 금리 상승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국 경제의 충격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