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제행사'에 혈세 수십억 펑펑…이상한 지자체

UCLG 대전총회 D-60… 33개국서 160여명만 참가의사 밝혀
당초 대전시는 140여국 5000명 참가 초대형국제행사로 홍보
국비 20억 등 총77억 예산투입하고도 동네행사로 전락 위기
대전시 "UCLG사무국 폐쇄·소극적 행태 때문" 책임전가 급급
  • 등록 2022-08-10 오후 5:12:32

    수정 2022-08-10 오후 9:17:40

대전시와 UCLG 조직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3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2022 대전 UCLG 총회 성공개최를 위한 결의다짐 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가 수십여억원의 혈세를 들여 유치한 국제행사에 참가자들이 당초 계획의 30분의 1 수준에 그쳐 속빈강정에 그칠 상황이다.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대전 총회 개막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참가 의사를 밝힌 도시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UCLG는 전 세계 지방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포괄하는 국제 조직으로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40개 나라의 25만개 지자체 및 175개 협의체로 구성돼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2022 UCLG 대전 총회는 오는 10월 10일부터 5일간 대전컨벤션센터 일대에서 열린다. 201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UCLG 총회에서 대전시는 대전총회를 유치했다. 유치 당시 대전시는 “2022 UCLG 대전 총회는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 이후 29년 만의 최대 규모 국제행사로 전세계 140여국에서 5000명 이상의 도시 대표들이 방문할 것”이라며 총회 유치로 생산 유발 384억원, 소득 유발 76억원, 고용 유발 253명 등의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홍보했다.

그러나 10일 현재 2022 UCLG 대전 총회 참가 의사를 밝힌 국가와 도시는 33개국 60여개 도시에서 160여명이 전부이다. 여기에 국내 6개 도시 23명을 제외하면 해외 참가자는 140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UCLG 사무국이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0여명이 오는 것을 제외하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1∼2명씩만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CLG 사무국과 대전시는 북한의 조선도시연맹에도 초청장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회신이 없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으로 각국의 도시에서 총회 참가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993년 대전 엑스포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는 커녕 200여명도 안되는 참가자로 치뤄지는 동네잔치로 격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석봉 대전시 과학부시장은 “총회를 총괄하고 있는 UCLG 사무국이 너무 비협조적이고 굉장히 폐쇄적”이라고 전제한 뒤 “회원 도시 명단을 요구해도 공유하지 않고, 참가국이 저조한 이유를 물어도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UCLG 사무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UCLG 대전 총회를 위해 수립된 예산은 국비 20억원을 포함해 모두 77억원으로 행사 규모와 상관없이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또 대전시는 행사 개최를 위해 UCLG 사무국에 지난해 42만유로, 올해 4월 24만유로, 지난달 14만유로를 지급하는 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모두 80만유로(한화 10억 8000여만원)의 분담금을 지급했다. 결국 ‘무늬만 국제행사’에 수십여억원의 혈세가 쓰여질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참가자 규모와 상관없이 대회장 대여, K-팝 콘서트, 행사비용 등으로 당초 확보한 예산은 거의 소진될 것”이라며 “회원 도시 명단이나 유치 여부 등에 대한 비공개 여부는 UCLG 사무국의 고유 권한으로 국제적 관례로 남은 기간 여러 경로를 통해 참가자 모집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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