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재계 '민간 중심 성장' 기대감…일각 검찰권 남용 우려

尹 "작은 정부 앞세워 시장 자율 기능 중시" 강조
탈원전 폐기…원전 생태계 복원+값싼 전기 제공
인력 양성, 52시간제 개선 등 노동유연화 주목
여소야대 속 불확실성 커…"형벌 최소화로 가야"
  • 등록 2022-03-10 오후 4:57:16

    수정 2022-03-10 오후 8:23:38

[이데일리 김상윤 함정선 함지현 최영지 기자] “새 정부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장이 당장 할 수 없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그쳐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7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특별강연에서 밝힌 이 한 줄에는 향후 윤석열정부 산업정책의 핵심 철학이 담겨 있다. 대규모 공공투자, 정부의 시장 개입 등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나선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작은 정부론’을 내세워 시장 자율 기능을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한상의가 “시장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민간 주도의 성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화답한 배경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7일 오후 대한공공회의소에서 ‘윤석열의 경제 비전과 정부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민간 주도 시장…정부는 인프라·R&D 지원


국민의 힘이 발표한 윤 당선인 공약집에도 구체적인 산업정책 관련 내용은 많지 않다. 경제활력 분야에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요소수 등 글로벌 공급망 종합점검 및 대책 마련 위한 시스템 확립 △모태펀드 규모 확대해 청년·여성 창업 지원 △해운·조선산업 통해 신 해양강국 재도약 △국내 복귀 기업 세액감면 요건 완화 △디지털 통상전략 강화 등이 담겨 있지만, 정부의 역할은 크지 않다. 정부부처의 한 공무원도 “큰 줄기만 그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인수위를 거쳐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할 정도다. 그만큼 민간 주도의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새 정부의 역할은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규제 완화, 노동개혁 등에 집중하고,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인프라 확충,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연구개발(R&D) 투자에 한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은 그간 “기업과 시장에서 하기 어려운 도전적 원천기술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실패하더라도 연구개발 과정서 얻은 과학적 수준과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 윤 당선인이 선거 내내 강조했던 ‘탈원전 폐기’는 문재인 정부와 가장 결을 달리하는 산업 정책 중 하나다.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조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번 정부에서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해 30년인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값싼 전기를 계속 제공받아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고, 무너졌던 원전산업 생태계도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원전 부지를 더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원전 건설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양성도 산업정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입장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핵심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고급인력이 꾸준히 시장에 공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원자력·배터리(이차전지)·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를 글로벌 톱3 기술강국 실현으로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핵심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수도권 대학 반도체, 배터리 계약학과 증원 등 교육개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개별 산업정책보다 52시간제 개선 등 노동 유연화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와 탄력근로 단위 기한을 월단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방적인 정규직 확대 등 경직적 노동시장 규제보다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인력을 뽑고, 근로자도 취업과 이직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물론 문재인정부와 결을 같이 하는 산업정책도 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 등 공약이다. 납품단가 제도 개선을 통해 제값 받는 환경도 조성한다. 계약기간 중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의무적으로 대기업이 납품대금조정협의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관련 제도 개선하는 형태다. 다만 이 분야에 대해서는 대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경직된 규제라 향후 인수위 과정에서 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여소야대’ 속 불확실성 커져…검찰권 강화 우려도

재계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정부가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에 나서더라도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법 통과란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야 간 다툼에 정책 혼돈이 빚어질 경우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최대 리스크다. 재계 관계자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기업들은 알아서 대비하고 준비를 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며 “반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된 검찰권 강화 가능성도 기업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조치가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그간 검찰에서는 경성 담합(경제적 상황 분석 없이 ‘짬짜미’행위로만 처벌) 등에 한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국민의힘 정책본부는 최근 당장 전속고발권 폐지보다는 기존 의무고발요청제(검찰, 중기부서 고발 요청시 의무적으로 고발) 등 보완적 제도를 운영하고, 부작용이 있으면 추후 폐지에 나서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언제든 전속고발권 폐지는 살아날 수 있는 카드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결정을 형벌로 다루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며 “해외처럼 경제분야 법에서 형사처벌 조항을 최소화시키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벌로 다루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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