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한 법무부 박범계 장관의 이 설명 한 문장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와 ‘국내 경제’ 더 나아가 ‘글로벌 환경’이란 3대 위기극복 과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나서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얘기다.
첫째, 사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백신 수급부족 문제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절실한 상황이다.
그간 정·재계에서 글로벌 인맥을 배경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에게 ‘백신 특사’를 맡겨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온 이유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정식 직함을 주진 않겠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영국 등 백신생산기지를 찾아 민간 특사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관측이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던 2019년 7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장면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이 부회장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사(社)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역할을 해달라”고 읍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옳다. 올 5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는 중장기적으로 코로나 백신 직접생산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삼성이 정한 방식은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에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적극 나서달라”(전국경제인연합회)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조속한 경영복귀가 필요할 것”(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이 부회장에 거는 기대만 봐도 알 수 있다.
셋째,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삼성의 역할론이다.
관건은 ‘5년간 취업제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여부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2019년부터 무보수 미등기임원으로 지냈고 수감 중에도 부회장 직함을 유지한 탓에 취업제한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문재인 정부가 준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 특별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한 거주지는 물론 국내외 모든 동선에 제한을 받는 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건 등 별건으로 진행 중인 재판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점 등은 부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주는 600만명이며,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0% 가까이 된다”며 “삼성의 성패는 600만 주주를 넘어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