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재계약 때마다 ‘8만8000가구’ 증발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 가구 중 월세 가구 비율이 22.9%로,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전세(15.5%)를 앞질렀다. 직전 조사 때인 2010년까지만 해도 전세가 21.7%로 월세(20.1%)를 소폭 웃돌았지만, 5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이는 역대 최초로 1%대까지 내려간 저금리 영향이 크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예전만 못한데 예금 금리까지 바닥을 치자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 공급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6.6%를 기록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이다. 이 이율이 6.6%라는 것은 시장에서 보증금 1000만원을 월세 5만 5000원으로 환산해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연 2%를 밑도는 시중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집주인이 월세 전환을 통해 세 배 이상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월세 가구 비율은 1995년 11.9%로 바닥을 찍고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 12.6%에서 2010년에는 20.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다섯 집 중에 한 집꼴로 월세살이를 하는 본격적인 월세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월세 비중, ‘목돈 없는’ 청년층에서 크게 늘어
전체 가구의 월세 거주 비율이 2010년 20.1%에서 2015년 22.9%로 2.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청년층 상당수는 목돈이 없어 전세에서 밀려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가구주가 만 20~29세인 가구의 전세 거주 비율은 28.5%에서 19.8%로 크게 내려앉았다. 이 역시 전체 가구의 전세 점유 비율이 21.7%에서 15.5%로 6.2%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30대 이상 가구주의 월세화 현상은 이보다 훨씬 완만했다. 예를 들어 가구주가 만 30~39세인 가구의 월세 거주 비율은 2010년 24.3%에서 작년 27.5%로 3.2%포인트 소폭 늘었다. 가구주가 만 40~49세인 가구 월세 비율도 3.7%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전세 수요가 내 집 마련 수요로 일부 분산된 영향이다. 지난해 30대와 40대의 자 집 거주 비율은 각각 2.4%포인트, 1.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나이대는 자가율이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대출을 받아 조달한 전세금 상환 부담보다 월세 주거비 부담이 큰 것이 일반적이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