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고금리에 분위기가 얼어붙으며 PEF 운용사들의 펀딩(자금유치)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최하는 PEF 운용사 선정에 올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점도 올해 특징 가운데 하나다. 올해 하반기에는 4곳의 PEF 운용사가 집중적으로 기관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8일 이데일리가 올해 하반기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주최한 PEF 운용사 선정 결과를 집계한 결과 총 9번의 연기금·공제회 주관 PEF 운용사 선정 콘테스트가 열렸다. 총 3조6000억원의 자금 유치를 위한 운용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진 끝에 총 33개의 운용사가 기회를 얻었다.
눈에 띄는 점은 특정 PEF 운용사들에게 기관들의 선택이 몰렸다는 점이다. 확실히 눈도장을 받은 운용사를 중용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운용사는 하반기에만 5번이나 PEF 운용사에 선정되며 수천억원 가까운 밑천을 확보했다.
세부적으로 총 4곳의 PEF 운용사가 5번의 콘테스트에서 자금을 유치했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와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스톤브릿지캐피탈(스톤브릿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운용사는 총 33개의 PEF 운용사 자리 가운데 무려 20개를 차지하는 결과를 냈다.
11호 블라인드펀드를 거의 소진한 스카이레이크는 현재 12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이다. 최근의 PEF 운용사 선정에 따른 자금 수혈이 펀딩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12호 블라인드펀드는 기존처럼 혁신기술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다. 스틱은 교직원공제회와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노란우산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PEF 운용사에 각각 이름 올리면서 약 527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기관별 출자금이 운용사별로 50억~100억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카이레이크와 사실상 거의 같은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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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도 하반기 수천억원을 쓸어 담으며 남다른 시기를 보냈다 IMM PE는 총 5번의 PEF 운용사 기회를 얻으면서 약 4625억원의 자금을 찜했다. IMM PE는 최근 증시 악화로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078520)와 한샘(009240), 하나투어(039130) 등 투자처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크게 빠지면서 고전을 겪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변함없는 신뢰를 몸소 증명했다.
이들 4곳의 운용사는 특히 7~9월 사이 열린 교직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주관 콘테스트를 싹쓸이하는 저력을 보였다. 운용사별 약정금액만 1000억~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콘테스트 3개를 휩쓸면서 자금 마련에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SG PE와 JKL파트너스, 아주IB투자, NH투자증권(컨소시엄 포함)이 하반기 각각 두 번씩 PEF 운용사에 이름을 올렸다. 모집 금액별로는 SG PE가 약 2700억원, JKL파트너스과 NH투자증권이 1375억원, 아주IB투자가 1150억원 등이다.
우리은행과 한투PE, IMM인베스트먼트, 유니슨캐피탈, 국민은행 등은 각 1번의 기회를 받아 400억~17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나 출자규모가 큰 교직원 공제회 등 앵커급 콘테스트에서 운용사에 선정되면 이후의 콘테스트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흐름은 부정할 수 없다”며 “최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은 운용사를 재차 중용하는 흐름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형 운용사들이 올해 기관 자금을 대거 받으면서 내년에는 펀드 결성과 운용 등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대형사들이 빠져나간 내년을 노리는 운용사들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