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념·난민 무대로…인간 보편성 다루는 게 연극이죠"

'창작산실' 연극 신작 8일부터 무대
'에볼루션 오브 러브' 등 5편 초연
인간사 속 동시대 고민 담은 작품들
내달 28일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 등록 2021-01-05 오후 4:12:00

    수정 2021-01-05 오후 4:12:00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 연극 ‘고역’(위쪽부터), ‘깐느로 가는 길’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희곡의 언어는 구체성으로부터 보편을 담아야 합니다. 이번 ‘창작산실’ 연극들도 구체적인 우리의 모습으로부터 인간 보편을 대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달걀의 일’ 안정민 연출)

지난달 무용으로 시작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이 2021년 새해를 맞아 연극으로 무대를 이어간다. 총 5편의 신작 연극이 오는 8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극단 김장하는 날 ‘에볼루션 오브 러브’(1월 8~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창작집단 푸른수염 ‘달걀의 일’(1월 9~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산수유 ‘누란누란’(1월 22~3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명작옥수수밭 ‘깐느로 가는 길’(1월 22~3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연구소 탐구생활 ‘고역’(2월 19~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등이다.

가부장제와 여성, 대학 구조조정, 이념 대립, 난민 문제 등 한국 사회의 여러 이슈를 다룬 것이 공통점이다. 5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황금실 문예위 공연창작부 과장은 “심사 과정에서 고민한 것은 트렌드 일색의 작품보다 인간사를 담아내면서 동시대 고민을 같이 다루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 연극 ‘달걀의 일’(위쪽부터), ‘누란누란’, ‘에볼루션 오브 러브’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진들은 연극으로 사회 이슈를 다루는 것이 연극계 트렌드가 아닌, 인간의 보편성을 담기 위한 작업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깐느로 가는 길’의 차근호 작가는 “작가, 연출마다 작업하는 방식은 다 다를 것”이라며 “작가로서 한국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의 주체인 인간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2018년 제주 예맨 난민 사태를 바탕으로 한 ‘고역’이다.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라는 주제를 다룬다. ‘고역’을 쓴 김성배 작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를 좀 더 알아가자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깐느로 가는 길’은 1998년 남파 간첩과 전직 안기부 요원의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남북의 이념 대립을 그린다. 차근호 작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영화광이라는 점에서 구상한 작품”이라며 “이념으로 대립된 한국사를 영화라는 판타지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는 ‘에볼루션 오브 러브’,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누란누란’ 등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달걀의 일’은 신라 향가를 소재로 신화 속 가부장적 서사를 재해석한다. 안정민 연출은 “여성 안에도 존재할 수 있는 가부장 체제가 생산해온 서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사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좌석 두 칸 띄우기’를 적용해 진행한다. ‘달걀의 일’(1월 15일), ‘깐느로 가는 길’(1월 22일), ‘고역’(2월 23일)은 네이버TV를 통한 온라인 생중계도 진행한다. ‘고역’의 신동일 연출은 “거리두기로 다수의 관객이 함께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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