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에어비엔비 쓰다 '호구' 됐어요

  • 등록 2018-05-11 오후 12:59:22

    수정 2018-05-11 오후 12:59:22

[샌프란시스코(美 캘리포니아)=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엔비는 참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싼 가격에 원하는 곳의 숙소를 어디서나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론적으로는 남에게 빌려줄 방 하나만 있어도 바로 ‘호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빈방으로 돈을 벌어 좋고, 손님은 싼 가격에 숙박할 수 있어 좋습니다. 외국인 관광객과 주인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과겠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자신의 집에서 에어비엔비로 숙박을 주는 것은 법 위반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호스트에 따라 서비스의 질 격차가 너무 큰 게 흠입니다.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는 호텔보다는 위험합니다. 첫 화면 페이지에 올라왔다고 믿으면 안 되고, 좋은 댓글이 달려있다고 절대적으로 신뢰해선 안됩니다.

조금 참고가 되시라고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4월 중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표를 예약했습니다. 숙박도 구했고요. 5월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본사에서 열리는 구글I/O를 참관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와 근처 호텔은 가격이 다 비쌌습니다. 최저 가격이 30만원 대 중반정도였습니다. 구글 I/O 행사 참석자만 7000명이다보니, 시골 읍내와 같은 이들 지역의 숙박 시설은 동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싼 가격을 알아보던 중 에어비엔비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에어비엔비에서는 호텔 가격의 3분의 1로도 숙박이 가능했습니다. 마운틴뷰 근처 팔로알토를 검색했고 가장 화면 상단에 뜬 곳을 골랐죠. 호스트는 나름 에어비엔비에서 파워 유저였습니다. 에어비엔비 경험이 많고, 호평도 많이 받았다는 뜻입니다.

프로필 사진에 나온 가정 주부 모습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 셋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예약하고 나서는 내심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호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미국인 일반 가정에서 숙박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방 이름은 ‘거라지 룸(Garage room)’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차고 방’인 것이죠. 방에 대한 평가도 괜찮았습니다. 침대가 푹신하고 좋았다라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비극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차고’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죠. 차고가 있는 집에서 살 일이 드문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그게 진정 어떤 뜻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 호스트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 내용인즉슨, 호스트가 브라질에서 여행 중인데, 귀국일을 늦췄다는 얘기였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라는 내용도 같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거라지 룸’이 진짜 ‘거라지(차고)’였던 것이죠. 셔터문에는 커텐이 쳐져 있었습니다. 창문이 없다 보니 낮에도 어두웠습니다. 곰팡이 냄새도 느껴졌습니다. 싼 값에 숙박을 한다는 것에 만족을 하고 불만을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첫째날과 둘째날은 피곤해서 못 느꼈는데, 사흘째부터 ‘뭔가 불길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고지 방 안에 커다란 보일러가 있었던 것이죠. 벽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한국 보일러의 세 갑절은 될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소음 또한 우렁찼습니다. 새벽 1시가 되자 보일러가 ‘지잉’ 소리를 내며 돌아갔습니다. 그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차마 영상까지는 공개 못하겠네요.)

무너진 벽 틈 사이로 보이는 보일러 일부.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가 보입니다. (영상캡처)
한가지 또 발견한 것은, 집주인이 아닌 게스트들이 이 집을 채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집주인의 친척이려니 하고 인사했던 노부부가 사실은 같은 게스트였던 것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사흘 전 받은 메시지를 동일하게 집주인한테 또 받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5일 숙박을 사흘과 이틀 나눠 예약을 했는데, 그에 따라서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마당에 있는 아이들 장난감도 의심스러워졌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놀았다기에는 먼지가 너무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근처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는 모 경제지 기자는 에어비엔비 호스트가 ‘업자화’ 됐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자신의 집 일부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아예 몇 채의 집을 숙박업소처럼 운영한다는 것이죠. 이런 호스트를 대신해 방 정리를 해주는 사업자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대략 답이 나옵니다. 저는 에어비엔비를 통해서는 거라지룸에 커다란 보일러가 있고, 거기서 소음이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호스트도 실제 사람이라기보다는, 가상의 인물이거나, 실거주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5일 중 마지막 하루를 못 참고 결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호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보일러 소음도 참기어려웠지만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비단 저 혼자만의 것일까요? 에어비엔비도 이런 ‘허위성 광고’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합니다. 이 숙제가 풀리지 않으면 에어비엔비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모 교수는 에어비엔비 자체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격 싼 것 아니면 안 쓴다는 얘기죠.

10일(현지시간) 찾아간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엔비 본사.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에어비엔비도 허위 정보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 나아질까요. 우리나라 직방이나 다방 같은 국내 부동산, 숙박 모바일 플랫폼도 허위 매물 몰아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듯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쓰는 인간에 따라 효과는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신은 가격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안심할 수 있는 안락함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어떤 선택을 해도 ‘속았다’라는 생각은 들지 말아야 하겠죠?

WiFi카페는?

일상 속 취재 현장 속 IT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와이파이가 연결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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