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송재민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환차익에 남몰래 웃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급격히 높아진 환율 수준에 해외 자산 가치가 뛰면서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버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 강세는 결국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는데다 대내외적 변동성이 커진 상황인만큼 전반적인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태다.
연초보다 10% 오른 환율…환차익 기대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38.9원을 기록했다. 연초 1300원대 초반을 기록했던 때와 비교하면 약 10% 상승한 수준이다.
연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외투자 자산이 많은 투자자들은 환차익을 상당히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연기금이나 공제회는 대체 투자 비중이 높고, 이 중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만 한 것으로도 높아진 환율로 인해 연초보다 10%는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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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공제회처럼 해외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곳은 환율이 수익률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면서 “다만 국민연금의 경우 달러 강세가 장기간 이어질 때 환헤지 확대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말했다.
달러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사모펀드(PEF)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환율 급등에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실제 한앤컴퍼니가 지난 7월 결성을 마무리한 4조7000억원(34억달러) 규모 펀드의 경우 이를 최근 환율로 계산하면 4조9000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한 규모가 된다.
해외자산 신규 투자에는 ‘걸림돌’
달러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이탈하게 되면서 나타나게 되는 국내 주식 약세도 악재다. 해외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는 하지만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국내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차익으로 올린 수익률을 국내 주식에서 깎아내릴 수 있는 ‘양날의 검’같은 환경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 등 높아진 변동성도 투자에 있어서는 결국 부담 요인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달러가 이어지면 한국에서 해외로 투자하는 전략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불안정한 정국 상황에 따른 자본시장의 일정 부분 위축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