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SK계열사 수요예측 희비…SK E&S ‘뭉칫돈’ SK디앤디 ‘미달’

SK E&S 2000억 모집에 5450억 몰려
"AA급 이상 우량채 기관 수요 양호"
SK디앤디 200억 모집에 고작 40억 주문
낮은 금리 제시에 하이일드 펀드 수요 없어
  • 등록 2022-07-19 오후 7:31:51

    수정 2022-07-19 오후 6:31:49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SK그룹 계열사들이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희비가 갈렸다. SK E&S 수요예측에서는 모집액의 2배 넘는 기관투자가 자금이 모집됐지만 SK디앤디(210980) 수요예측에서는 대거 미달이 발생, 모집액을 반도 채우지 못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 E&S(신용등급 AA0)가 이날 진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제17-1~2회) 수요예측에서 총 5450억원의 기관투자가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애초 모집금액은 2000억원 수준으로 2배 넘는 자금이 몰렸다.

트랜치별로 보면 3년물 1600억원 모집에 4050억원, 5년물 400억원 모집에 14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번 공모채 발행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005940)이 맡았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SK E&S는 최대 35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금리밴드는 SK E&S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 -30bp~+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고, 모집물량은 3년과 5년물 각각 +11bp에 채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8일 기준 SK E&S 3년물 개별민평은 4.085%이며 5년물은 4.116% 수준이다.

한 증권사 DCM 담당자는 “AA급 이상 우량채에 대한 기관투자가 수요는 양호하다”며 “특히 SK E&S가 독점적인 사업기반으로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주요 지역에 영업기반을 보유한 SK E&S는 자회사 합산 2021년 공급량 기준 점유율이 약 22%로 실질적인 국내 최대의 도시가스업체다. 또 전력 부문에서는 SK E&S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광양발전소와 2017년 상반기 상업가동을 개시한 파주복합화력발전소, 위례열병합발전소가 직도입 LNG의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가동실적을 시현하고 있다.

2021년에는 SMP(계통한계가격) 강세, 직도입 LNG의 가격 경쟁력,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해외 가스전의 채산성 개선 등을 통해 연결 기준 1조원을 상회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SMP 급등 영향으로 2021년 연간 영업이익(6192억원)을 웃도는 수준의 영업실적(6402억원)을 시현했다.

△SK E&S의 자회사 파주에너지서비스가 운영 중인 파주천연가스발전소.(사진:SK E&S)
이에 반해 SK디앤디의 경우 대거 미달이 발생했다. SK디앤디(신용등급 BBB0)가 진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제10회차)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200억원에 40억원 가량의 자금만 모집됐다.

이번 공모채 만기구조는 2년 단일물이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가운데 하나인 녹색채권이다. 대표 주관사는 SK증권(001510)이 맡았다. 수요예측에서 공모희망금리는 연 5.4~6.0%로 제시했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도 400억원까지 열어뒀었다.

SK디앤디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발전시설 사업 운영에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경북 군위 풍백 풍력발전사업(40억원), 의성 황학산 풍력발전사업(40억원), 신안우이 해상풍력(60억원), 제주 위미 태양광(20억원), 칠곡 연료전지(40억원) 등이다.

한 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는 BBB급 2년물 금리는 7%대 수준이다”며 “주관사 측에서 판단해 적정한 금리를 제시했을 수 있으나 시장 대비 다소 낮게 제시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미달의 가장 큰 이유는 하이일드 펀드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모주 시장이 좋을 때는 금리에 상관없이 BBB급이 하이일드 펀드 특수를 누렸으나 현재는 공모주 시장이 좋지 않아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개발사업 특성에 기인한 실적 변동성과 사업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평도 발목을 잡았다.

선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디앤디의 주력 사업인 부동산 개발사업은 신규 개발사업의 지속적인 확보 여부와 각 사업의 채산성, 건설용지 취득을 비롯한 자금 선투입 규모와 분양 성과 등에 따른 고유의 사업 위험이 존재한다”며 “영업실적과 재무구조의 변동성도 큰 편이다”고 분석했다.

또 SK디앤디는 신규 사업 관련 용지 매입, 지분 출자 등으로 2022년 3월 말 연결과 별도기준 순차입금이 1조원 내외로 확대되면서 자산과 자기자본 규모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선 연구원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특성에 기인한 재무적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식산업센터, 리츠, 연료 전지, 풍력발전 등 대규모 신규 추진 사업의 사업구조와 진행성과에 따라 추가로 자금 소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차환이 쉬운 담보차입금 중심의 차입금 구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서의 자본시장 접근성, 그룹의 대외신인도, 기존 진행 사업의 양호한 영업성과 등을 고려하면 사업 관련 위험을 적절하게 통제할 경우 자체적인 재무융통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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