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중훈 선대회장은 대한항공공사 인수 직후 곧바로 베트남 사이공에 취항을 시작했다. 베트남전 파병 군인들과 기술자들을 국적기에 태워야 한다는 소신에서다.
그는 1970년대 들어선 미국 대륙을 오가는 태평양 노선과 유럽 항로 개척에 힘을 쏟았다. 1971년 4월 한국 최초의 태평양 횡단 노선인 서울~로스앤젤레스 화물 노선을 개척한 이래 호놀룰루, 로스앤젤레스, 뉴욕, 취리히, 파리, 바레인 노선이 잇따라 개설되면서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초석이 마련됐다.
대한항공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1984년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시작으로 1988년 런던, 밴쿠버 및 토론토 노선을 열었다.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이후에는 삿포로, 싱가포르, 자카르타 등 노선을 연이어 개설했다.
항공산업 인프라 투자도 본격화했다. 1981년과 1983년에는 각각 로스앤젤레스 공항과 뉴욕 JFK 공항에 대한항공 전용 화물 터미널을 준공·개장했으며, 1984년에는 인천 운항 훈련원을, 1989년에는 자체 조종사 양성 기관인 기초 비행 훈련원을 각각 개원했다.
조 회장 주도로 만들어진 글로벌 항공사 동맹체 ‘스카이팀’은 2000년대 초반 항공업계의 변화 흐름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스카이팀은 19개 회원사가 175개국 1150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대표적 글로벌 동맹체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9·11 테러 사태로 항공산업이 위축됐을 때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03년에는 A380 초대형 차세대 항공기를, 2005년에는 보잉787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연이어 결정했다. 이같은 투자는 2006년부터 회복된 항공산업 경기에 맞춰 대한항공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2017년 조원태 사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대한항공은 재도약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의 성공적인 출범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미주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프리미엄 수요를 대거 유치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대한항공 고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비약적 성장에는 역경을 헤치며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을 거듭해온 한진그룹 창업 일가의 3대에 걸친 리더십을 빼놓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