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고 싶다"...마세라티 뺑소니범, '양주' 때문에 잡혔는데

  • 등록 2024-10-08 오후 7:10:34

    수정 2024-10-08 오후 7:10:3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났던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3) 씨가 이틀 넘게 도망 다니며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했는데, ‘양주’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뺑소니 사망사고’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3) 씨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씨는 지난달 24일 광주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나 도피 행각을 벌이다 도주 이틀 만에 서울에서 검거됐다.

지난 4일 오전 경찰서 유치장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 김 씨는 ‘왜 도망갔느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 사죄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김 씨의 뺑소니 사망사고 사실을 알고도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은닉도피)로 조력자 오모(33) 씨도 검찰에 함께 넘겨졌다.

김 씨는 범행 당일 오전 3시 11분께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가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20대 여성 탑승자를 숨지게 하고 20대 남성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현장에 서울 소재 법인 명의 차량이자 동네 선배로부터 받은 마세라티를 두고 달아났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대전과 인천, 서울 등지에서 도피 행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범행 당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했지만 출국 금지가 내려졌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김 씨에 대한 출국 금지는 다음 날 오후였다. 김 씨가 착각하게 된 이유는 여행 가방에 넣은 양주 때문이었다.

JTBC에 따르면 “공항 직원이 수화물을 처리하다 술을 발견하는 바람에 수속이 지연됐는데, 김 씨가 이때 지레 겁을 먹었다”는데 김 씨 지인의 설명이다.

김 씨에게 마세라티를 빌려준 인물은 실제로 사고 당일 밤 태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 차량인 마세라티를 대상으로 정밀 감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됐다.

경찰은 ‘위드마크 기법’을 적용해 시간 경과에 따른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했지만, 단속 기준인 0.03% 이하로 측정돼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유족은 한 매체를 통해 “개탄스럽고… 마음 같아선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가법상 도주치사상 등의 혐의로 지난 4일 검찰에 넘겨졌다.

김 씨 도주를 도운 나머지 조력자 2명을 대상으로 신청한 구속영장은 같은 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김 씨와 함께 술을 마시며 그를 대전까지 데려다 준 벤츠 운전자 김모(32) 씨에 대해선 단속 기준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해 관련 혐의를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또 피의자들의 범죄조직 연루·대포차 여부 등의 의혹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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