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약해진 금리 인하 논리에도 한은 ‘금리 인하’ 끈 안 놓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이었지만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1명은 ‘석 달 후 금리 인하’의견을 유지했다. 2월, 4월, 5월까지 석 달 째 같은 의견이다. 금통위원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안내)는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를 유지시켰다.
그 근거는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2.5%로 0.4%포인트 높이되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근원물가 전망치를 각각 2.6%, 2.3%로 유지한 데 있다. 내년 물가 전망도 각각 2.1%, 2.0%로 유지했다.
글로벌 IT경기 개선, 미국 경제 성장률 호조(연간 2.0%→2.5% 전망) 등에 따른 수출 등 대외 요인이 성장률 0.3%포인트 끌어올렸는데 이 부분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1.8%로 종전 전망(1.6%)보다 높아지긴 했으나 연간 성장률 2.5%에 비해선 낮다며 ‘회복세가 완만하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상향 조정으로 실질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간 차이를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갭이 현재 마이너스에서 내년초 0으로 수렴한 후 상반기 플러스로 전환된다. GDP갭이 플러스라는 것은 물가가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를 열어두는 것은 오히려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내년에도 2.1%로 종전(2.3%)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지만 잠재성장률(2%) 이상으로 성장한다. 특히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이르면 6개월 뒤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은행의 예금 및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2.5%였던 2022년 중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고 시중 유동성(광의통화, M2)은 전월비 10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한은이 그나마 믿고 있는 것은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4월 전년동월비 2.3%로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작년 6월부터 근원물가가 3%초반대로 낮아졌다는 점, 외식비 및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 등은 근원물가 둔화를 보증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러한 물가 상승 압력이 이 총재 말대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측면’ 때문이라면 예측 불가 영역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글로벌 수요의 바로미터인 우리나라 수출이 앞으로도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면 이는 곧 글로벌 수요 증가를 의미하고, 교과서적으로 국내외 물가 상방 압력”이라며 “그런데도 물가가 변함이 없다면 인플레이션은 뭘 해도 안정돼야 하는 답이 정해져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성장)은 마셨지만 음주운전(물가상향 전망)은 무조건 아니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라는 얘기다.
|
◇ ‘미국이 먼저 금리 내려야 내릴 수 있다’만 확실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 여지를 남기면서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그 시기는 대부분 4분기로 밀린 모습이다. 한은의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오판으로 올해 연간 전망치가 크게 상향 수정되는 등 경제전망에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믿을 수 있는 금리 인하 전제조건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불확실하지만 그나마 가장 확실한 점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그 다음에 한은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크게 벌어졌을 때 환율 변동성, 자본유출입 등을 살펴보면서 하반기 통화정책을 하겠다”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위원은 “8월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후 11월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며 “9월초에 8월 물가 둔화를 확인한 이후에도 11월 미국 대선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살펴봐야 해 10월엔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4분기 1차로 금리를 내린 후 내년 2분기, 4분기에 각각 내려 금리는 2.75%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