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 공정한 공룡 될 수 있나…머리 맞댄 세계 경쟁당국

4일 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해외연사 온·오프라인 참여
조성욱 “플랫폼, 설계·참가 모두 하는 오징어게임 오일남”
플랫폼 규제 모두 동의하나 규제 강도와 해법은 달라
“대형 플랫폼, 데이터 독점으로 시장 지배력 남용 우려”
  • 등록 2021-11-04 오후 6:48:26

    수정 2021-11-04 오후 7:04:24

[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온라인플랫폼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불공정 현상도 심각해지는 가운데 전 세계 경쟁당국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서울경쟁포럼에 참석한 세계 주요 경쟁정책 관계자들은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어떤 방식의 규제가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또 동시에 급변하는 ICT(정보통신기술)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연구기능 강화도 강조했다.

조성욱 “플랫폼, 설계·참가 모두 하는 오징어게임 오일남”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세계적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에 빗댔다. 1번 참가자는 게임 설계자로 모든 것을 알면서도 선수로 참가했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 독점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경쟁당국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와 프레데릭 제니 OECD 경쟁위원회 의장(왼쪽)을 비롯한 내빈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 1세션에서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법 집행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어 세션1(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법 집행방안) 발표자로 나선 조 위원장은 온라인플랫폼이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건(PB상품)을 만들고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자사우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경쟁법 틀을 개선하고 주요 플랫폼이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사후규제를 통한 시정은 디지털 시장에서는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올리비에 게르센트 EU(유럽연합)경쟁총국장은 EU 집행위원회(EC)가 구글의 핏빗 인수를 허가하면서 핏빗이 수집한 헬스 데이터를 구글 광고 서비스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단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거대 온라인플랫폼의 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는 EU의 플랫폼 규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안(DMA)을 언급하며 “3월 새로운 지침이 생겨 공정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수합병을 특정 매출을 기준으로 잡았는데 이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도 제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DMA는 디지털 시장법에 따라 불공정 사례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규제대상인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 소속 마이크 예 아시아총괄은 경쟁당국의 규제 적절성에 따라 시장이 살아날 수도 반대로 크게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한 테크 전문 매체를 인용 기술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쟁당국을 가진 정부는 기업에 밀려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전 미국 FTC 위원장을 역임한 윌리엄 코바칙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경쟁당국이 급변하는 온라인플랫폼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연구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기능이 없이 따라가기만 급급할 경우 뒤늦게 규제를 만든 기술이 이미 사양기술이 되는 등이 상황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영국 시장경쟁청(CMA) 비상임위원이기도 한 코바칙 교수는 “CMA 조직 데이터 테크놀러지 부서 같은 경우는 40명의 직원이 컴퓨터 공학자나 엔지니어”라며 “컴퓨터 공학자나 엔지니어를 직원으로 둔 경쟁당국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데릭 제니 OECD 경쟁위원회 의장은 “디지털 경쟁은 선진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기술자들이 많이 필요하고 다양한 예산이 필요한데, 세계 경쟁당국이 연구데이터를 공유하고 규제 방향을 맞춰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플랫폼, 데이터 독점으로 시장 지배력 남용 우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대형 플랫폼들이 소비자들의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집중적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경쟁청장은 “모든 경쟁당국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의 데이터 취합을 어떻게 조율할 건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서드파티 계약자는 어떻게 데이터를 저장할지, 새로운 경쟁업체 진출은 어떻게 촉진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트 청장은 페이스북의 사례를 언급하며 “페이스북은 대량의 정보를 취합해 다양한 정보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공유, 좋아요 등 버튼을 누를 때마다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며 “페이스북이 독점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개인정보를 주지 않겠다고 할 수가 없다. 독일 경쟁당국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경쟁당국은 이와 관련해 반독점법에서 정보 수집·취합, 가공에 대한 신규 조항을 추가해 플랫폼사업자들의 독점을 방지하고 있다. 문트 청장은 ”최근 독일의 입법 동향을 보면 데이터 열람권과 가공권이 시장에서 독점 수준을 판단할 때 적극 활용하는 기준이 됐다”며 “독일의 경우 반독점법 개정으로 기업에서 경쟁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때 제한조치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세번째)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 공정위 제공)
타카시 야마모토 일본 공정취인위원회 위원도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마모토 위원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할 수 있는 사업자둘이 압도적으로 우위의 입지를 차지하면서 교섭권이 남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의 독점권이나 지배적 우위 남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이클 그렌펠 영국 경쟁시장청 집행국장은 “디지털 시장이 혁신을 촉진하고 고객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소비자 혜택을 도외시할건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너무 심한 규제는 어떤 측면에서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렌펠 국장은 이어 “반독점 행위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며 “혁신과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데 기여하는 디지털시장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경쟁당국 역시 시장의 발전을 위해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가 주최하는 서울국제경쟁포럼은 최신 경쟁법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2001년 처음 열린 이래 2002년부터 격년으로 이어온 아시아 지역 최대 경쟁법 국제 포럼이다. 이번 11회 행사는 코로나 영향으로 해외 경쟁당국 관계자 등이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제니 의장이 외국인 최초로 공정거래유공자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제니 의장은 지난해 4월 공정거래의 날에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코로나로 한국방문이 어려워 그동안 수상하지 못했다. 그는 “커다란 영광이며겸허함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 개회식에서 행사 참석차 방한한 프레데릭 제니 OECD 경쟁위원회 의장에게 수교훈장 흥인장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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