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미군기지 주변서 발암물질 다량 검출…주민 혈액내 수치도 높아

日시민단체, 오키나와 미군기지 인근 주민 혈액 검사 발표
발암물질 'PFOS' 수치 적정치 상회…"당국, 당장 조사해야"
  • 등록 2022-10-17 오후 5:59:39

    수정 2022-10-17 오후 5:59:39

[이데일리 유찬우 인턴기자] 일본 오키나와현 미군기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혈액 샘플에서 적정 수준을 크게 웃도는 발암물질이 채취됐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미군 시설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역 주민들이 오키나와현에 위치한 미군기지 철수를 요구하며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사진=AFP)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현의 시민단체 ‘세계자연유산추진연합회’는 지난 15일 미군기지 근처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 387명으로부터 채취한 혈액 검체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 6월부터 18~95세 주민들로부터 혈액 샘플을 수집했다.

채취 결과 387명의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평균 수치가 5.8~12.2ng/ml(밀리리터당 나노그램)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일본 환경부가 11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평균 3.9ng/ml)보다 약 1.5~3배 높은 수치다. 20ng/ml이 넘는 인원도 27명에 달했다. 독일이 규정한 건강 위험 수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시민단체는 주민들의 건강상태와 미군기지 근처 강가를 상세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당국에 주문했다. 미군기지 근처에 있는 강가에서도 PFOS의 수치가 매우 높게 측정됐기 때문이다. 조사가 이뤄진 지역은 모두 이 강의 물을 정화해 수자원으로 쓰고 있다.

PFOS는 과불화(過弗化) 화합물 중 하나로 만성 신부전을 포함해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2009년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에 관한 스톡홀롬 협약’에서 규제 필요 목록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환경 기준은 없지만 수돗물의 PFOS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오염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 교토대의 코지 하라다 보건·환경 과학 부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화학물질이 건강에 이상을 줄 것이라고 즉답할 수는 없지만 높은 수치인 것은 맞다”며 “이번 결과가 광범위하고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군 시설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맺은 주둔 협정으로 미국이 동의를 해야 기지 내부 출입이 가능한데, 미국이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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