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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탈취당한 곡물이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다”면서 “상당한 물량이 이미 지중해를 항해하고 있는 러시아 선적 화물선에 실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유력한 목적지는 시리아다. 곡물은 그곳에서 중동의 다른 국가로 밀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훔친 곡물들을 꾸준히 러시아와 크름반도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러시아군이 훔친 곡물은 대부분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수출을 위해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창고에 보관해 뒀던 것들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주 약 50만톤의 곡물이 이미 도난당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루한스크 지역 농지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만 약 10만톤의 곡물을 훔쳐간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아주 멜리토폴의 이반 페도로우 시장은 “러시아군이 모든 마을과 농지를 돌아다니며 농기계와 곡물을 찾아낸 뒤 약탈해 갔다”며 “처음엔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한 뒤 이를 거부하면 빼앗아가는 식이었다. 약탈 규모도 압도적이다”라고 비난했다.
올가 트로핌체바 전 우크라이나 농림부 장관도 “도네츠크와 하르키우 등지에서도 유사한 절도 사건이 보고됐다”며 “실제 가격의 10분의 1 정도를 제시한 뒤 동의하지 않으면 몰수하는 방식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이처럼 곡물 탈취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곡물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밀 가격은 현재 톤당 약 400달러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공급 부족으로 20% 이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의 올레그 니비에프스키 교수는 “중동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20% 할인된 가격에 밀을 구매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우크라이나산인지 러시아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