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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밝힌 원내 운영 지향점이다. 중동 파견 노동자 출신이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처럼 ‘들개’ 정신으로 언제나 대여 투쟁 최선봉에 섰다.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10일 김 원내대표는 여전히 ‘야당다운 야당’의 제1조건으로 투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개최한 ‘임기 마무리 소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여야 관계가 잘 정리되고 실질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래도 야당은 잘 싸워야 한다. 잘 싸울 수 있는 처절한 진정성이 자신의 몸에 또 뇌리 속에 박히지 않고는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최대 치적으로 야성(野性) 회복을 꼽는다. 실제로 한국당은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국면을 거쳐 약 10년 만에 정권을 내줬지만 “아직도 자신들이 여당인 줄 안다”는 조롱 석인 비아냥을 들어왔다.
“들개 정신으로 한 놈만 패…야당 잘 싸워야”
비록 여권으로부터 ‘무작정 발목잡기, 떼쓰기, 막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김 원내대표의 투쟁력만큼은 여야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김 원내대표 역시 “그동안 들개 정신으로 한 놈만 패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숱한 이슈와 정국 고비 고비마다 극한투쟁으로 단 한 순간도 쉴 새 없이 달려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홍준표 전 대표 사퇴 이후 연대책임론 등에 휩싸이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김 원내대표가 추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월권’ 논란이 일었고 친박(박근혜)·잔류파와 비박·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간 계파 갈등도 절정에 달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며 사퇴 요구에 정면 돌파로 맞섰고 김병준 비대위가 탄생하는 데 산파 역할도 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김 원내대표님께서는 이 비대위를 있게 한 장본인”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강한 전투력과 협상력을 보여주시면서 정말 큰일을 맡아 해주셨다”고 추켜세웠다.
차기 전당대회 하마평도…“자신 돌아 볼 것”
같은 노동계 출신이자 19대 국회부터 환경노동위 간사로 호흡을 맞춰온 홍 원내대표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우리 홍 원내대표가 잘 인내하고 그런 가운데 또 (예산처리 정국에서) 더불어한국당이 만들어졌다”며 “거칠고 거센 제1야당 원내대표를 만났으니 오죽 힘들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소통부족은 김 원내대표 임기 내내 아쉬움으로 지적된 부분이다. 특히 지난 9월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을 제시했을 때는 ‘황당’ 그 자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한국당 내 한 중진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듣는데 갑자기 출산주도성장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며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김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비박·복당파로 분류되는 김학용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명분이 있고 원내 상황이 급하더라도 원내대표 혼자 당의 입장을 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당내 분위기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유력한 후보군으로도 꼽힌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제 역량과 능력이 부족한 면이 많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