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49개 상장사가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 공시를 했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21개사와 코스닥 시장 상장사 28개사다. 금융위원회는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열고자 하는 상장사에 대해 사유를 공시하도록 했다.
사유를 보면 감사보고서 제출일정을 고려했을 때 주총 집중일에 불가피하게 주주총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23개사(46.9%)로 가장 많았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미리 하고 싶어도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줘야 하는 데 일정이 촉박하다”며 “4월에도 주주총회를 열 수 있도록 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분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를 이어 경영진 겸직에 따른 주총일 선정이라고 공시한 상장사가 12개사(24.5%)였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3개사는 미리 주주총회 장소를 대관해 일정 조정이 어렵다고 답했고 실무적 사안과 경영진 일정 때문이라고 공시한 상장사도 3개사였다. 삼성전자는 전략 신제품 출시일을 고려해 주요 경영활동을 사전에 확정했기 때문에 주총 일정을 바꾸기가 어렵다며 주주총회 집중일에 주총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공시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일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다른 사유에 대해선 경영진의 노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가 많이 참석하도록 독려한다면서도 굳이 200개 이상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하는 날로 주총일을 잡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특히 경영진 겸직으로 일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공시를 위한 핑계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상장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총 분산을 위해 더욱 실질적인 혜택을 주거나 상장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이나 코넥스시장의 상장기업은 3월 말까지 주총을 열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에 지정하거나 상장 폐지당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사유를 밝히라고 해서 공시를 하긴 했지만 일만 늘었을 뿐”이라며 “대표이사 일정상 어렵다고 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