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없는 무덤 없다는데…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 보니

감사 일정상 주총 집중일에 주총…46.9%
경영진 겸직 때문에 집중일 주총하거나 대관 일정 바꿀 수 없어
  • 등록 2018-02-26 오후 5:16:38

    수정 2018-02-26 오후 5:16:38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금융당국이 상장사 주주 총회가 특정일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상장사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4년 만에 섀도보팅(shadow vottimg) 제도를 폐지하고 소액 주주가 주주총회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 분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상장사는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과 경영진의 겸업 등을 이유로 주총 집중일을 선호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49개 상장사가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 공시를 했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21개사와 코스닥 시장 상장사 28개사다. 금융위원회는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열고자 하는 상장사에 대해 사유를 공시하도록 했다.

사유를 보면 감사보고서 제출일정을 고려했을 때 주총 집중일에 불가피하게 주주총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23개사(46.9%)로 가장 많았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미리 하고 싶어도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줘야 하는 데 일정이 촉박하다”며 “4월에도 주주총회를 열 수 있도록 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분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일정을 고려해 가급적 3월 말께 주주총회를 하는 상장사 가운데 일부 상장사는 해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을 받으려면 계열사나 관계사가 적은 상장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다산네트웍스는 해외 자회사에 대한 감사가 길어지면서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뒤를 이어 경영진 겸직에 따른 주총일 선정이라고 공시한 상장사가 12개사(24.5%)였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3개사는 미리 주주총회 장소를 대관해 일정 조정이 어렵다고 답했고 실무적 사안과 경영진 일정 때문이라고 공시한 상장사도 3개사였다. 삼성전자는 전략 신제품 출시일을 고려해 주요 경영활동을 사전에 확정했기 때문에 주총 일정을 바꾸기가 어렵다며 주주총회 집중일에 주총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공시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일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다른 사유에 대해선 경영진의 노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가 많이 참석하도록 독려한다면서도 굳이 200개 이상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하는 날로 주총일을 잡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특히 경영진 겸직으로 일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공시를 위한 핑계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상장사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전시회와 평창 올림픽 중계 일정 등 때문이라고 답한 상장사도 각각 1개사였다. 뷰웍스는 “다음달 14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상해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데 대표이사와 주요임원은 오는 22일까지 남아 전시회 상담업체와 방문 미팅을 진행한다”며 다음달 23일에 주주총회를 한다고 공시했다.

상장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총 분산을 위해 더욱 실질적인 혜택을 주거나 상장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이나 코넥스시장의 상장기업은 3월 말까지 주총을 열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에 지정하거나 상장 폐지당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사유를 밝히라고 해서 공시를 하긴 했지만 일만 늘었을 뿐”이라며 “대표이사 일정상 어렵다고 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尹 관저로 유유히..정체는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