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소 10% 경제위축..물자부족·하이퍼인플레이션
베네수엘라는 한 때 석유 매장량 1위 국가로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하지만 2014년 국제유가 하락하면서 이후 3년 동안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생산량의 5분의 1이 사라졌고 인플레이션율이 세 자리 수로 껑충 뛰어 올라 하이퍼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통제를 벗어나 수백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국민들은 생필품 등 주요 물자는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해 가장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해 2월 아예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중단했다. 수치를 줄여보려는 노력이 무의미해져서다. 지난 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얼마나 나빠졌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전례 없는 붕괴 상태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GDP가 10% 가량 위축돼 세계 최악의 경제 상황이라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베네수엘라 경제가 15%까지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IMF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베네수엘라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맞은 국가는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와 리비아 정도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2016년엔 베네수엘라가 독보적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새해 첫 연설에서 “2016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힘들고 가장 길고 가장 힘든 해였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물자 부족 현상이다. 빵집을 운영하는 더글라스 팔렌시아씨는 “2014년의 절반 수준의 빵을 굽고 있다. 밀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가끔은 다른 성분들도 구할 수가 없다”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빵의 양과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물자 부족 현상은 정부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외국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대신 달러를 모두 부채 상환에 쓰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해 수입이 178억달러(한화 약 21조원)라고 밝혔다. 공식적인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토리노캐피탈의 추정에 따르면 2015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물가는 치솟았고 소액권으로는 생필품 구입조차 힘들어졌고 시중에선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만 사용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가를 잡아 생필품난을 막겠다며 화폐 개혁을 단행, 지난 달 15일부터 500·1000·2000·5000·1만·2만 볼리바르 등 6종의 지폐를 새로 유통하고 100볼리바르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권을 제때 준비하지 못하면서 시민들은 연일 은행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IMF 올해 4.5% 쇠퇴 전망..“전시 경제나 다름없어”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돈을 벌어도 물건 하나 사기 힘든 상황이 되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해 최저임금을 네 차례나 인상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일 최저임금을 월 2만7000볼리바르에서 4만638볼리바르로 50% 인상했다. 정부는 식비보조금을 포함하면 총 최저임금이 월 10만4358볼리바르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치솟는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율이 160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전문가들이 베네수엘라 GDP를 추정해본 결과 사실상 경제가 멈춰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3000만명 인구의 베네수엘라에서 지난해 11월에 팔린 자동차는 236대에 불과했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4.5%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자국을 떠나가고 있으며 남겨진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올해 4월까지 베네수엘라에서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달 발표했다. 카라카스 행정부 연구원인 호세 마누엘 푸엔테는 “전시 경제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