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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78주년 기념행사에서 “서방 엘리트가 증오와 러시아 혐오(Russophobia)를 퍼뜨리고 있다”며 “진정한 전쟁은 우리 조국을 상대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명이 결정적인 전환점에 섰다. 지구 상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우리도 평화와 자유, 안정의 미래를 바란다”면서 “어떤 우월적 사상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서방의 오만과 어떤 일에도 처발받지 않는 행태를 거듭비난하면서다.
그는 옛 소련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서방은 1945년 나치 독일에 대한 소련의 승리를 잊었다”고 역설했다. 옛 소련의 승리를 상기시키면서 국민 단합을 이끌어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적인 입장은 서방이 러시아를 파괴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조국에 대한 우리의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며 “우리의 영웅들을 응원하기 위해 온 나라가 단결돼 있다”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를 위하여! 우리의 용감한 군대를 위하여! 승리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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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이날 전승절을 기념 행사 직전에 우크라이나에 또 폭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자국 방공망이 수도 키이우를 중심으로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 25발 중 23발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전승절을 앞두고 키이우와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폭격 강도를 높여왔다. 전날(8일) 러시아는 키이우에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쏟아부었다. 현지 방송은 흑해 연안 도시인 오데사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남부 헤르손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한편, 전승절은 1945년 5월 9일 소련이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국경일이다. 해마다 대규모 군인과 무기를 동원해 열병식을 진행하는 등 대대적인 행사를 했지만, 올해는 최소 21개 도시에서 열병식을 취소했고 시민들이 참전 용사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사도 여러 도시에서 열리지 않았다. 행사가 축소된 이유는 우크라이나측의 공격을 염두에 둔 ‘보안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