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미국 앨라배마에 첫 현지 전기자동차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미국 내 전기차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공급 체제를 갖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생산공장(법인)에서 제네시스 전기차 GV70 전동화(EV) 모델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생산공장. (사진=현대차 북미권역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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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앨라배마 주정부에 따르면 현대차는 앨라배마 생산공장에서 GV70 EV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생산할 계획이다. GV70 EV는 오는 12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오는 10월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현대차는 총 3억달러(약 37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에서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그간 국내 노동조합과 협의 등을 이유로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미뤄왔다. 앨라배마 생산공장에서는 현재 쏘나타와 싼타페, 투싼,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등 5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테네시주 등에 신규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기존 앨라배마 공장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 현지에서 GV70 EV 등 최신 전기차 7종 출시 전략을 세운 만큼 차량 생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만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점도 한몫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자국 제품 우대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품 비율을 현재 55%에서 2029년 75%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도 현대차가 현지 생산을 결정한 또 다른 이유다. 미국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50만여 대로 중국과 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완성차시장에서 약 10%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김의성 앨라배마 생산법인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