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 통과'…형제복지원 피해자, 927일 간 농성 끝냈다

21일 여의도 국회서 '형제복지원 농성 해단 기자회견'
시민단체 "역사적인 날…배·보상 조항 삭제는 유감"
  • 등록 2020-05-21 오후 5:39:54

    수정 2020-05-21 오후 5:39:26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927일 동안 농성을 이어온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농성을 해제했다. 개정안 통과로 형제복지원 사건과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일제강점기부터 군부 통치 시기에 발생한 국가 인권유린 사건 진상 조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아직 개정 법안에 미흡한 점이 있다며 정부 당국에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대표(왼쪽)와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 씨(왼쪽두번째)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농성 해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농성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모임·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과거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형제복지원 농성 해단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역사적인 날”이라며 “농성을 해단하며 다시 각오를 다져 멀고 험난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씨는 “(927일 동안 농성을 하며)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면 자꾸 공중을 쳐다보게 되는 것”이라며 “어제 과거사법이 통과되며 (내딛은) 첫 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고 앞으로 한 발 한 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더 나아가 전 세계에 국가폭력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소회를 말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대표는 “무수한 사람의 도움과 시민 및 국회의원들의 연대로 법안 통과까지 됐다”며 “이 순간에도 가슴속이 모래처럼 무너진 상태라 과연 기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도 싶지만 그럼에도 이 모래 알갱이가 먼지가 될 때까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정부에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은 삭제된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과거사법 개정안에 대해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배·보상 문제”라며 “진상규명의 목적은 억울한 사건을 해결하고 아픔을 달래기 위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배상 및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로 두루뭉술하게 ‘과거사법’ 통과해 대충 처리 끝났다고 할 게 아니라 정확한 해결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일부 조항이 삭제돼 유감스럽지만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준비에 매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10년 해산한 1기 위원회 활동 기간이 짧아 추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12월 재출범하게 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거사법 국회 통과와 관련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은폐된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서는 진실이 꼭 밝혀지길 고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전쟁유족회특별법추진회·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4.9통일평화재단·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문사지회 등 국가폭력 피해 당사자 및 유족들이 참석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 사이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인권 유린 사건이다.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원생들에게 불법 감금, 강제 노역, 구타 등이 자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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