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경고·佛 판매중단에도…식약처, 엘러간 인공유방 계속 판매

4~5월 3차례 전문가 자문회의 거쳐 '판매 계속'
발병 인과관계 불명확하고 국내 발병 사례 없다는 이유
전문가 "좀더 선제적으로 대처했어야" 미온적 대처 지적
  • 등록 2019-08-20 오후 5:42:45

    수정 2019-08-20 오후 9:43:5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외적으로 희귀암(BIA-ALCL) 발생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된 엘러간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에 대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판매중지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이 인공 유방과 관련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의 부작용 발생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초부터다. 당시 미 FDA는 “실리콘막(생리식염수) 또는 실리콘겔(말랑말랑한 실리콘) 인공유방과 희귀암인 역형성대세포림프종(ALCL)의 잠재적 연관성이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인공유방을 삽입한 여성 중 약 60건의 ALCL 발병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FDA는 몇 차례 추가적 경고를 하다 지난 2월 6일에 재차 모든 인공유방으로 인한 BIA-ALCL 부작용 발생 위험을 경고했다. 당시 FDA는 “BIA-ALCL 발병률이 높게는 3817명중 1명에서 낮게는 3만명 중 1명으로 다양하다”며 “대부분이 거친 표면의 보형물이지만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에게서도 BIA-ALCL 확진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프랑스와 캐나다는 지난 4월 적극적인 조처에 나섰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엘러간의 문제의 가슴보형물에 대해 판매중지 권고를 내렸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아예 문제의 엘러간 가슴보형물뿐만 아니라 나머지 다른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 판매를 중단했다.

식약처도 이런 해외 동향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자문기구인 전문가위원회(2차례)와 의료기기위원회(1차례)를 거쳐 환자 등록연구 추진과 부작용 예방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안전관리만을 강화하는데 그쳤다.

국내에서 문제의 엘러간 제품이 회수된 것도 식약처 조처를 통해서가 아니다. 이는 FDA가 해당 제품의 회수를 요청하자 엘러간이 자진 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판매 중지에 나선 시점은 지난 16일 국내에서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에게서 처음으로 희귀암 발생이 확인되고 나서도 이틀인 지난 18일이다.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은 “암 발생 우려가 있다면 국가기관에서 엘러간 제품을 선제적으로 판매 중지했어야 했다”며 “국내 발병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미적거렸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판매 중단까지는 내리지 않은)FDA와 비슷한 스탠스를 가져왔다”며 “BIA-ALCL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국내 발병 사례가 없어 판매중단은 내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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