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파행 진상 드러났다…서병수 시장 개입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관련 문건 공개
박근혜 정부 이용관 집행위원장 인사 요구
영진위 지원사업도 블랙리스트 작동해
조사기간 3개월 연장…4월 말까지 진행
  • 등록 2018-01-11 오후 9:22:26

    수정 2018-01-11 오후 9:22:26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박근혜 정부가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이유로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요구한 사실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김영한 수석 비망록에 언급된 김기춘 실장의 문화예술 분야 개입 관련’ 문건 일부를 11일 공개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김희범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1차관이 작성했다. 김희범 전 차관은 2014년 9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서병수 시장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다이빙벨’ 상영 문제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인사조치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해당 문건으로 확인했다.

문건에는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이 (‘다이빙벨’의) 상영 여부,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 인사조치 등에 대해 서 시장으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낼 것을 주문”했다며 “본인은 부산시 출장 계기 서 시장을 개별 면담하고 서 시장이 정부의 뜻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적시돼 있다. “송광용 교문수석은 김종덕 장관으로 하여금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화할 것을 주문했고 김 장관이 전화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서병수 시장 등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 중단과 영화제에 대한 사후조치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등과 5차례 논의한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됐다.

서병수 시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의 직접 통화, 송광용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교문수석의 지시를 받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의 직접 통화,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과의 독대 등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한 논의를 직접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나아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예산 대폭 삭감과 함께 여타의 다른 영화제상영 작품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시했다. 당시 문체부는 전주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다른 영화제 상영작 전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보고했다.

서병수 시장은 지난해 10월 24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과 ‘다이빙벨 상영 문제’ 등에 대해 정치적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김희범 전 차관의 문건 등 입수자료 내용이 서병수 시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추가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힐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각종 지원사업의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9인 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라인으로 채워져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당시 문체부가 김세훈 교수를 영진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라인 및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추천인사 5~6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실행에 적극 가담해 ‘자가당착’ ‘다이빙벨’ 등을 상영할 예정이던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제에 대한 지원을 취소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영진위와 관련한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오는 31일까지로 예정됐던 조사기간을 3개월 연장한다. 지난 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3개월 연장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4월 말까지 진상조사를 진행한 뒤 5월부터 7월 말까지 3개월간 백서 편찬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현재 148건 중 137건의 신청 및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분석, 정리한 블랙리스트 검열 및 배제 피해사례는 2670건에 달한다. 관련 피해자들의 구제 혹은 피해 사실 확인 요청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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