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내각 출신 ‘진박’인사들에 ‘힘싣기’
현 정치권을 향한 박 대통령의 생각은 ‘책임 방기 집단’으로 요약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은 물론 대내외적인 악재에 따른 경제위기 등 안보·경제 두 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본연의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적어도 20대 국회는 최소한 이 19대 국회보다는 나아야 한다”며 ‘총선심판론’의 쐐기를 박았다.
박 대통령은 18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자신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 개정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도 ‘대한민국 국회의 수준’이라는 표현을 거론하며 정치권에 대한 강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박 대통령은 “동물국회 아니면 식물국회가 될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며 “이런 법을 당리당략에 악용하는 정치권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법도 소용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마케팅 논란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가 얘기한 ‘진실한 사람’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지, 다른 뜻은 없다”며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국회가 제대로 국민을 위해 작동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진박’을 내세운 청와대·내각 출신 인사들에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중점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다시 한번 우회적 압박을 시도했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법안들이 직권상정으로 밖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장이 국민과 국가를 생각해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차기 지지율과 관련, “국민께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고, 정치권 일각의 개헌론에는 “지금 우리가 여유있는 상황인가”라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버릴 건 버리나’..朴 ‘강온 양면전략’ 시도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집권 4년차에 들어선 박 대통령이 은연중에 국정운영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겠다’는 이른바 ‘강온 양면전략’이 집권 후반의 국정운영 스타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러다간 노동개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박 대통령도 분명히 느꼈을 것”이라며 “향후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건과 과감히 포기해야 할 건을 구분해 밀어붙일 공산이 커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임기 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앞으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