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오는 27일부터 영세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기존에 세운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내실 있게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탓에 ‘지원 사각지대’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해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기관에 위탁이 가능하지만, 4곳 중 1곳은 사업장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민주노총과 생명안전행동, 정의당이 지난 24일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 긴급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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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5~49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미만)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안 처리가 불발된 2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현장은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중소업체 대표들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러한 현장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말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고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책은 중소 사업주가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정부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보건관리역량 확충 및 작업환경 안전개선 지원, 민간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는 인력과 물량, 시간이 부족해 지원 사각지대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법 확대 시행으로 적용받는 영세 사업장은 총 83만7000곳이다. 이중 지난 법 유예기간인 2년간 정부 컨설팅과 기술지도를 받은 곳은 43만곳으로 절반에 그친다. 고위험 사업장 8만곳 중 컨설팅을 마친 곳도 1만6000곳에 불과하다.
영세·중소 사업장으로선 민간 재해예방기관에 안전관리 등 업무를 위탁할 수도 있지만, 민간기관 4곳 중 1곳은 업무능력이 부실한 실정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안전관리전문기관 등 지난해 12개 분야 1341개 민간기관 중 369곳(27.5%)이 ‘미흡’ 이하 등급을 받았다. S·A·B·C·D 등 5개 등급으로 나눠 절대평가하는데 C등급(미흡)과 D등급(불량)이 각각 229곳, 140곳이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절반 이상(53.6%)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업 재해를 예방하는 지도기관은 30.4%가 C등급 이하를 받았다. 민간기관에 재해예방 업무를 위탁할 여력이 없는 사업주로선 민간기관 서비스조차 받지 못한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환영했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2년 전 50인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우선 적용할 때도 경영계는 ‘일자리가 없어진다’, ‘경기가 악화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실제로 그랬느냐”며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되고 처벌된 건은 극소수이며 처벌 수위도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그 어떤 것도 노동자 안전과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며 법 확대 시행 환영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