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민진’ 김주혜 “파친코 비교는 영광, 나라 위한 투쟁 소설”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한국어판 출간
지난해 미국서 출간 뒤, 10여개국 판권 팔려
독립운동가 외조부로 출발, 반세기 한반도 배경
기생 옥희 시선…왜곡된 기생역사 재조명
  • 등록 2022-09-28 오후 6:15:03

    수정 2022-09-29 오전 11:44:5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파친코’가 가족을 위한 생존 소설이라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나라를 위한 투쟁 소설이다.”

지금 미국이 주목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35)는 28일 첫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북스) 한국어판 출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 소설이 ‘파친코’와 비교되는 건 큰 영광”이라면서도 “두 소설 모두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제2의 이민진’으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먼저 나온 책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격동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재일조선인 4대 가족사를 다룬다.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의 한국어판을 28일 정식 출간한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사진=다산북스ⓒNola Logan).
이 책은 전미 독자가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12월 미국 출간 이후 전미 30여 개 매체의 추천 도서에 선정되고 1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등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선 이날 정식 출간된 것이다.

김 작가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한국어로 책이 출간돼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언어가 사람의 사고방식을 형성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영혼·가치관을 형성한 한국어로 이 책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니 예술가로서 행복한 순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소설은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10살에 기생집에 팔려 가 기생이 된 ‘옥희’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백범 김구 선생을 도운 독립운동가였던 외조부에 관한 가족들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그는 “어머니와 이모에게서 1970년대 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600쪽 분량의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부터 해방 이후 1965년까지 약 50년간 한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국인들의 땀과 눈물, 사랑과 아픔을 동시에 다룬다.

작가는 옥희를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여성으로 그려낸다. 뛰어난 예술인이면서 독립운동에 동참하는 모습 등을 통해 일제에 의해 매춘부로 왜곡된 한국 기생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기생은 부정적으로 이해되지만 이는 차별이다. 기생은 당대 모델이었고 탤런트였으며 여성운동가이자 지도자이기도 했다.”

그간의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프롤로그를 이미 6년 전에 썼다”며 “이후 3년간은 직장을 다니며 평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쓰고, 주말에는 소설에만 매달렸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만 해도 돈이 없어 캔으로 된 99세트짜리 콩과 오트밀을 가장 많이 사 먹었다. 배가 고파도 4달러짜리 빵을 사 먹을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인천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프린스턴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2016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보디랭귀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러 신문과 잡지에 수필과 비평 등 기고문을 써왔다. 2019년엔 고 최인호 작가의 단편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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